서울 기상청의 '기상특보 상황판'은 20일 온통 보라색으로 뒤덮였다. 보라색은 폭염특보(폭염주의보,폭염경보)가 발효된 지역을 가리킨다. 이날 오전 10시 서울에도 올해 첫 폭염주의보가 발령됐다. 바깥에 나가면 숨을 제대로 쉬지 못할 정도로 전국이 연이틀 폭염에 펄펄 끓었다. 이번 주말에도 전국의 낮 최고기온이 30~35도까지 치솟는 등 폭염이 한동안 한반도를 뒤덮을 전망이다.

◆폭염특보 지난해의 3배

올 여름 폭염특보는 현재까지 479건이 발효돼 156건에 불과했던 지난해의 3배를 벌써 뛰어 넘었다. 또 최근 1개월 동안 전국 평균기온은 26.2도로 1971~2000년 평균치보다 0.9도 높았고 하루 최고기온이 30도를 넘은 날도 19.5일에 달해 평년(15.8일)보다 3.7일 많았다. 서울의 8월 상순 평균,최고,최저 기온은 평년보다 각각 1.6도,1.3도,2.1도씩 높은 것으로 집계됐다. 광주에서는 올 여름 열대야 발생 일수가 최근 10년간 최고인 24일에 달해 거의 매일 밤잠을 설칠 정도였다.

최근 이어지는 폭염과 열대야는 고온다습한 북태평양 고기압이 확장한 상태에서 남쪽에서 더운 공기가 한반도로 계속 유입돼 빚어진 현상이다. 기상청 관계자는 "올 여름 더위가 유난히 독하게 느껴지는 것은 지난해에 이 정도로 덥지 않았기 때문"이라며 "다음 달 초순까지 지금 같은 폭염이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여름산업 '폭염특수'

무더위에 냉방기기와 아이스크림,음료 등은 폭염 특수를 톡톡히 누리고 있다. 하이마트가 지난달 1일부터 지난 19일까지 에어컨,선풍기 판매량을 분석한 결과 에어컨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20%,선풍기는 75% 각각 늘었다. 김동한 홍보팀 대리는 "8월 이후에는 냉방기기 판매량이 주춤해지지만 태풍 뎬무가 지나가고 무더위가 다시 시작되면서 지난 9~15일에도 냉방기기 판매량이 20%가량 늘었다"며 "이에 에어컨 제조사들이 예년과 달리 8월에도 추가생산에 돌입했다"고 말했다.

휴가 절정기가 지났지만 수영복과 물놀이 용품 판매량도 여전히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다. 신세계 이마트에서 지난달 1일부터 지난 19일까지 아동용수영복 매출은 31.6%,물놀이 용품도 20.8%씩 늘었다. 롯데마트도 돗자리 등 나들이 용품 판매량이 전년 대비 8.6% 늘었다. 나근태 홍보팀 과장은 "막바지 휴가를 떠나는 이들과 함께 이미 휴가를 갔다온 이들도 주말에 서울 근교로 '2차 여름휴가'를 가려는 이들이 늘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음료,빙과업체들도 함박웃음이다. 해태제과는 아이스크림 판매가 급증해 20% 매출 신장을 기록했다. 아이스크림을 만드는 대구공장과 광주공장은 주문 물량이 밀려 24시간 가동으로 물량을 맞추고 있을 정도다. 롯데칠성음료도 2%부족할 때와 같은 이온음료와 생수,스포츠 음료 매출이 20% 이상 늘었다.

◆찬물 샤워 삼가야

사람이 실제로 느끼는 더위를 표시하는 열지수는 최근 낮에는 30도 후반을 오르내리고 있다. 열지수가 32도를 넘으면 일반인이 열에 지속적으로 노출됐을 때 열사병,열경련 등을 일으킬 가능성이 있는 수준이다. 따라서 노인과 유아,만성질환자 등 체온조절 능력이 취약한 사람들에겐 더욱 위험할 수 있다.

전문가들은 더위를 식히기 위해 찬물 샤워를 하거나 에어컨을 세게 트는 것은 위험하다고 경고한다. 더위로 확장됐던 혈관이 갑자기 수축돼 혈압이 급상승할 수 있기 때문이다. 미지근한 물로 잠들기 1~2시간 전 샤워를 하면 땀구멍이 열려 체온이 내려가 숙면을 돕는 효과가 있다. 잠을 청해도 15분 안에 잠이 오지 않으면 잠시 거실로 나와 책을 보거나 TV를 보면서 몸을 식힌 후 다시 잠자리에 드는 것이 좋다.

최진석/강유현/임현우 기자 iskra@hankyung.com



★ 폭염주의보·열지수

'폭염주의보'는 6~9월 사이 최고기온 33도,최고 열지수 32도 이상인 날이 이틀 이상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면 발효된다. 한 단계 높은 '폭염경보'는 최고기온 35도,최고 열지수 41도 이상인 날이 이틀 넘게 지속될 경우 내려진다. '열지수'(heat index)는 기온과 습도를 함께 반영해 사람이 실제 느끼는 더위를 표시한 지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