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라 도장인 국새를 둘러싼 사상 초유의 비리사건이 경찰의 본격 수사로 새 국면을 맞고 있다. 전통 방식으로 만들어졌다고 정부가 자랑하던 제4대 국새가 사실은 현대식으로 제작됐고,이 과정에서 남은 금이 빼돌려져 정 · 관계 인사들을 위한 금도장으로 제작,전달됐다는 의혹이 수사 대상이다. 금도장을 받은 것으로 의심받는 전 · 현직 거물급 인사들이 갈수록 늘어나 경찰 수사가 확대될 조짐이다.

행정안전부 의정담당관실은 19일 오전 서울 미근동 경찰청 민원실을 찾아 국새 제작단장을 지낸 민홍규씨와 국새 주물을 담당한 장인 이창수씨를 사기,횡령 등 혐의로 수사의뢰했다. 경찰 관계자는 "수사의뢰서를 검토하고 있으며 곧바로 지방청에 수사를 지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번 사건은 이씨의 폭로로 불거졌다. 이씨는 최근 언론 등을 통해 "국새를 만들 때 전통기법이 쓰이지 않았고 국새의 성분도 당초 계획과 다르게 만들어졌다"며 "민씨가 3㎏의 금 중 국새를 만들고 남은 800~900g의 금으로 정 · 관계 인사들에게 줄 금도장 16개를 만들라고 지시해 내가 만들었다"고 주장했다.

정부는 2007년 3대 국새에 금이 가자 국새 전문가 민씨를 단장으로 하는 국새 제작단을 구성해 새로 국새를 만들었다. 민씨는 당시 음양오행설에 따라 주석 등 5개의 금속으로 합금을 만들고,오합토라는 5가지의 흙을 섞은 진흙 거푸집을 사용해 재래식 가마에서 국새를 구웠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씨는 "국새에는 주석이 포함되지 않았고 재래식 가마에서 굽지도 않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금도장 선물 의혹과 관련,당시 행정자치부(현재 행정안전부) 1차관이던 최양식 경주시장과 정동영 민주당 의원이 도장을 받은 사실을 시인했다. 행자부 장관을 지낸 박명재 CHA의과대학 총장과 의정관이던 황인평 제주 부지사 이름도 거론되고 있다. 하지만 당사자들은 도장을 받았다는 의혹을 강력하게 부인하고 있다. 행안부는 국새 제작 당시 관리 · 감독 책임이 있던 모든 사람들에 대해 감사를 벌일 계획이다.

임도원 기자 van769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