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기 대권 주자로 거론되는 김문수 경기도지사(사진)의 정부 비판 발언이 연일 강도를 더해가고 있다.

김 지사는 20일 서울 한 호텔에서 열린 한강포럼 특강에서 "대통령이 이번 광복절에 경축사를 하셨다"며 "광화문을 복원하는 것이 가장 시급한 문제냐,광복절에 조선왕조를 생각하는가,대한민국을 생각하는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대한민국 행사라면 해방이 어떻게 되고 했는지를 생각해야지,온통 광화문에만 신경쓴다"고 한 뒤 "광화문이 대한민국의 정통성을 가진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조선왕조의 문이지 대한민국의 문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김 지사는 이어 "남북관계,중국관계에 대해 생각을 많이 한다"며 "분명히 우리 사회의 리더십에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한나라당을 향해서도 "나라를 어디로 끌고 갈 것인가에 대한 합의가 있어야 하는데 한나라당에 합의가 있느냐"며 "대통령 선거와 경선이 끝난 지 언제인데 아직도 경선 중이다. 친이 · 친박이 왜 나오느냐"고 비판했다.

8 · 8 개각 이후 김 지사의 정부비판 발언이 줄을 잇자 정치권에서는 차기 대권 레이스가 조기 점화되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이 청와대 인선과 개각을 통해 임태희 대통령 비서실장과 김태호 국무총리 후보자 등 젊은 차기 대권주자 키우기에 나서는 모양새를 보이자 기존 친이계 내 유력 대권 주자인 김 지사가 견제에 나섰다는 것이다. 경기도지사 재선에 성공한 이후 조용한 대권행보를 보여왔던 김 지사가 김 총리 후보자 내정 직후부터 강도높은 정부 비판 발언을 시작한 것이 이 같은 분석을 뒷받침하고 있다. 김 지사는 개각 다음 날인 9일 "자고 일어나면 총리라고 나타나는데 누군지 모른다"며 김 총리 후보자를 정조준했다. 또 지난 18일에는 정부의 보금자리 주택정책 등 신도시 정책을 역대 대통령과 비교하며 "이 대통령은 노태우 전 대통령보다 통이 작다"고 날을 세운 바 있다.

구동회 기자 kugij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