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경제신문을 보면 증권사의 '랩어카운트'(wrap account)에 대한 기사들이 홍수를 이루고 있다. 주식시장이 큰 폭으로 오른 지난해는 물론 횡보 국면이 이어지고 있는 올해도 높은 수익을 올리고 있다는 입소문이 퍼지면서 특히 자문형랩으로 연일 뭉칫돈이 몰려들고 있다. 증시 급락으로 뜨거운 맛을 본 펀드에서 대규모 환매가 일어나고 있는 것과는 상반된 모습이다. 특히 재테크에 남다른 센스를 갖춘 이른바 '강남 아줌마'를 비롯해 거액 자산가들을 중심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고 알려지면서 일반인들 사이에서도 랩 상품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랩어카운트란

랩어카운트는 감싸다는 뜻의 '랩'(wrap)이라는 말에서 알 수 있듯 증권사에서 제공하는 금융상품과 여러 서비스를 한꺼번에 모두 이용할 수 있는 상품이다. 각 서비스에 개별적으로 수수료를 내는 것이 아니라 투자 금액의 일정 비율만 수수료로 지급하면 돼 상대적으로 비용 면에서 효율적이다. 항공료와 숙박료 등을 개별적으로 내지 않고 묶어서 일괄 비용으로 계산하는 패키지 여행상품과 비슷한 개념이라고 생각하면 쉽다.

랩어카운트와 주식형펀드의 차이점은 주가가 하락해도 일정 수준의 주식 비중을 유지해야 하는 펀드와 달리 랩어카운트는 주식 비중을 0%로 가져갈 수도 있다는 점이다. 시장 상황에 따라 다양한 상품에 분산 투자하기 때문에 박스권이나 하락장에서도 탄력적인 대응이 가능하다. 또 펀드와 달리 랩어카운트는 자신의 계좌에서 투자되고 있는 자산과 비중,수익률 등의 정보를 홈트레이딩시스템(HTS)을 통해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는 것도 특징이다.


◆자문형랩 인기 고공 행진

증권사 랩어카운트 상품 중 최근 가장 인기를 끌고 있는 상품이 자문형랩이다. 자문형랩은 투자자들이 증권사에 자산을 맡기면 증권사는 이를 별도 계약을 맺은 투자자문사의 조언에 따라 운용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현금비중을 얼마나 할지,어떤 종목을 선택할지 등을 증권사가 스스로 정하는 것이 아니라 외부 전문가들의 자문을 받아 결정하는 것이다. 물론 최종 운용 책임은 증권사에 있지만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투자자문사가 실질적으로 고객들의 자산을 운용하는 것이라고 봐도 된다.

따라서 자문형랩의 수익률은 어떤 자문사를 선택했느냐에 따라 크게 달라진다. 이 때문에 증권사는 고객들에게 자문형랩을 권유할 때 투자자들이 원하는 유형의 자문사를 선택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자문형랩이 인기를 끄는 것은 최근 상승장에서 고수익을 올리고 있는 덕분이다. 펀드에 실망해 다른 대안을 찾던 투자자들이 높은 수익을 좇아 자문형랩으로 옮겨오고 있다. 자문형랩이 높은 수익을 거둘 수 있었던 이유는 10개 안팎의 종목에 집중 투자해 단기 고수익을 추구하기 때문이다. 시장 하락이 예상될 땐 과감하게 주식을 처분하고 현금 비중을 높여 수익률을 방어하는 능력도 뛰어나다. 한 종목을 최대 10%까지 편입할 수 있고 최소 60% 이상의 주식 비중을 유지해야 하는 펀드와 수익률 격차가 생겨나는 이유다.

자문형랩이 이처럼 제약 없이 투자할 수 있는 이유는 여러 투자자들의 돈을 모아 한꺼번에 운용하는 펀드와 달리 투자자 한 사람 한 사람의 자금을 별도 계좌에서 관리하기 때문이다. 또 투자자들의 의사를 적극 반영해 운용할 수 있기 때문에 굳이 많은 규제를 할 필요가 없다. 고객은 매매내역 등을 점검해 필요할 경우 운용에 관여할 수 있고 미리 목표수익률이나 손절매 수익률을 지정해 놓을 수도 있다. 다만 다른 투자자들이 자문형랩을 통해 매매되는 종목들을 따라 사는 경우가 많아 가격에 미치는 영향이 생각보다 클 수 있다는 점은 감안해야 한다.

◆투자시 유의점은

펀드에 비해 운용 제한이 없는 탓에 일각에서는 랩어카운트의 안정성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50개 이상의 종목에 분산 투자하는 펀드는 일부 종목의 주가가 하락해도 비교적 안정적인 수익을 유지할 수 있지만 랩 상품은 투자 대상이 한정적이어서 리스크가 클 수 있다는 지적이다. 하지만 높은 수익에는 위험감수가 필수적이다. 앞으로가 기대되는 유망 종목이라면 충분히 많은 금액을 투자해야 적정 수준 이상의 수익을 올릴 수 있다.
자문형랩에서 투자하는 일부 종목들이 대량 환매시 주가 급락을 피할 수 없다는 지적도 있지만 대부분의 증권사는 자문사들이 일정 수준 이상의 시가총액과 유동성을 보유한 종목에 투자하도록 지침을 내리고 있다. 주식 비중을 줄일 때도 시장에 충격이 없도록 분할매매하도록 하는 등 안전장치들이 마련돼 있다. 초기에는 이른바 '7공주' 등 투자하는 종목들이 비슷했지만 최근엔 자문사들마다 편입하는 종목이 달라져 쏠림에 따른 위험은 줄었다는 평가다.

◆운용사 선정 신중해야

자문형랩에 가입할 땐 증권사도 중요하지만 어떤 자문사와 제휴를 맺고있는지를 따져볼 필요가 있다. 최근엔 자문사별로 수익률이 천차만별이어서 수익률이 좋은 자문사엔 돈이 몰리는 반면 수익률이 저조한 자문사들은 별 재미를 보지 못하고 있다. 운용사의 중요성이 커짐에 따라 증권사에서 자문사를 대신 선정해주는 경우도 있어 관심을 가져도 좋다.

언론에 보도되는 자문형랩의 수익률이나 투자 결과만 보고 '묻지마'식 투자에 나서는 것은 금물이다. 과거의 수익률이 유지되리란 보장이 없고 해당 자문사의 주식운용 방식이 본인의 투자철학과는 다를 수도 있기 때문이다.

자문형랩도 기본적으로는 주식에 투자하는 상품인 만큼 투자손실 위험을 충분히 인지할 필요가 있다. 증권사 직원 혹은 프라이빗 뱅커(PB)들과 충분한 상의를 거쳐 본인의 자산 설계 계획과 투자 성향에 맞는 상품을 선택해야 한다.

김희주 대우증권 상품기획부장 heejoo.kim@dwsec.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