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극히 당연한 얘기지만 문학과 역사는 별개일 수 없다. 멀리 갈 것도 없이 박경리의 《토지》나 조정래의 《태백산맥》이 좋은 예다. 이 책 《문학의 숲에서 동양을 만나다》는 중국의 문학 속에서 역사적 사실이 어떻게 조우하고 풍부해졌는지 보여주고 있다.

저자에 따르면 3000년 전 서민의 대중가요였던 악부민가(樂府民歌) '하늘이시여'를 통해 보니 그 당시에도 사랑은 영원한 테마였으며,'열다섯에 군대에 갔다가 여든 살이 되어 돌아왔다오'라고 시작하는 '열다섯에 군대에 갔다가'는 한나라 버전 '이등병의 편지'였다고 한다.

그런가 하면 《포공안》이나 《칠협오의》를 읽으면 '철면무사' 포청천의 진면목을 만나볼 수 있다. 산서성의 전승민가 '서구(西口)를 나가며'는 돈을 벌러 목숨을 걸고 이역까지 떠나는 사람들을 묘사했다. 실제로 가장 뛰어난 상인 뇌리태(雷履泰)는 1800년대에 이미 스톡옵션제를 도입한 중국 최초의 CEO라 할 만하다.

또 익히 알려진 두보의 시와 한말(漢末) 건안 시기의 문학적 특징인 건안풍골(建安風骨)은 시차가 있지만 사뭇 비극적인 인간의 모습을 담아냈다. 당나라 시인 이백 · 이하와 북송의 소동파는 인생이 짧으니 현세를 즐기라는 메시지를 전했다는 점에서 유사하다.

《분서》와 《항서》에서 공자의 이름만 빌려 위선에 가득찬 당시 도학자들을 비판했다가 이단으로 몰려 면도칼로 자결한 이탁오와 양명좌파였던 김성탄은 인간의 주체성 회복을 주장하고 개인의 자유와 감정을 중시했다는 점에서 장자의 생각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 책을 통해 저자는 문학사와 역사 속에서 등장하는 수많은 화석화된 이름을 '사람'으로 되살려 내겠다고 프롤로그에서 밝혔다. 중국 신화의 전문가가 건드린 문학과 역사의 만남은 뜨겁고도 오랜 감동을 준다.

전장석 기자 sak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