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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경에세이] 주례의 특별한 선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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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필자는 한 후배의 부탁으로 10여년 전 주례를 선 후 주례에 관심을 갖게 됐다. 결혼식이 코앞인데 마땅한 주례를 구하지 못해 애를 먹는 예비부부가 의외로 많음을 알았다. 신랑신부와 관계도 없는 사람이 돈을 받고 서주는 직업주례까지 등장하는 등 결혼 풍속도가 바뀌기도 했지만 주례 구하기가 예전만큼 쉽지 않다.

    물론 겨우 이메일 몇 줄로 부탁한 제자가 괘씸해 거절해버렸다는 아는 교수의 경우도 있지만 주례를 설 만한 위치의 분들이 주례 서기를 꺼리는 경향도 있다. 사실 주례라는 것이 부탁하는 이의 자세와는 별개로 부탁받는 입장에서 여간 신경 쓰이는 일이 아니다. 결혼이라는 신성한 의식을 집전하는 것이 매우 뜻깊고 영광된 일이기는 하나 시간적으로나 정신적으로 사람을 꽤나 긴장하게 만든다. 한 지인은 한번 주례를 서면 나중에 거절하는 것이 쉽지 않을 것 같아 평등의 원칙(?)을 지키기 위해 아예 '주례 사절' 간판을 내걸었다고 한다. 주례가 상을 당하거나 건강상 문제가 생겨 부득이 직업주례를 구했다는 사람도 있다. 결혼식을 통과의례 정도로 생각해 가볍게 직업주례를 세우는 사람들도 있으나 한편으로 돈을 내고 주례를 모시는 것조차 부담스러운 사람들도 많다.

    문득 원하는 사람만 있다면 내가 할 수 있는 가장 손쉬운 봉사가 주례가 아닐까 싶었다. 한 주간지의 원고 청탁을 받고 봉사의 일환으로 주례를 서고 있다는 글을 보냈는데 제목이 '주례를 서 드립니다'로 둔갑해버렸다. 전 국민을 상대로 주례 약속을 하게 된 셈이다. 그 후 생면부지의 사람들도 심심치 않게 주례를 청하는데 정말 중요한 스케줄 때문에 거절해야 할 때는 참 난감하다. 괜한 글을 써서 지키지도 못할 약속을 만들었나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그렇지만 좋은 뜻으로 시작한 일이니 미안한 마음이 앞서고 웬만하면 선약을 조정해서라도 주례를 서려고 노력한다.

    공들여 쓴 주례사가 정작 결혼 당일 신랑신부 귀에는 잘 들어오지 않는다. 긴장한 탓이다. 주례사를 가져간 부부가 있었는데 몇 년 후 찾아와 다투고 나서 주례사를 읽으면 화해가 훨씬 쉽다며 특별한 선물이 고맙다고 했다. 그 뒤로 서명한 주례사 한 부를 더 준비해 신혼부부에게 전달하고 살면서 힘들고 괴로울 때 반드시 읽어보도록 다짐을 받는다.

    주례가 선물을 주고 베풀기만 하는 것 같지만 주례를 통해 받는 선물은 준 것에 비할 바가 아니다. 꼭 주례를 서기 위해서만은 아니지만 인생 후배에게 조언자 역할을 하고자 자주 스스로를 되돌아보고 가다듬게 된다. 건강한 모습으로 단상에 서기 위해 운동도 거르지 않는다. 기억에 남는 주례사를 쓰기 위해 좋은 말을 메모하다 보니 정서적으로도 도움이 된다. 주례가 예식에 늦는 돌발 사태가 당사자를 얼마나 초조하게 하는지 알기에 충분히 일찍 가는 게 습관이 돼 평소에도 시간 관리를 한다. 봉사가 다른 사람에게 도움을 주는 것이라고 하지만 주례 봉사는 스스로를 살찌우는 최고의 선물이요 보람이다.

    유흥수 LIG투자증권 사장 hsyu7114@ligstoc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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