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이 주춤한 사이 투신권이 모처럼 신났다. 투신권은 사상 최장 기간 이어지던 펀드 환매세가 진정되자 곧바로 국내 주식 '사자'에 나섰다.

17일 오후 2시45분 현재 투신권은 코스피 시장에서 지난 13일 이후 3일 연속으로 순매수를 나타내며 704억원 어치를 사는 중이다. 순매수 규모로 보면 지난 6월21일 이후 최대치다.

지난 12일 기준으로 한달 동안 꾸준하게 매도 기조를 유지하며 2조7000억원 어치를 팔았던 것과는 대조되는 모습이다.

이는 투신권의 자금줄이라고 할 수 있는 국내 주식형 펀드에 돈이 들어오면서 매수 여력이 커졌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펀드에 돈 들어왔네…투신권 뭐 사지?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사상 최장 기간 순유출을 기록하던 국내 주식형 펀드가 지난 12일 26일만에 순유입으로 돌아섰다. 이후 13일에도 1200억원이 넘는 자금이 들어오며, 올 5월 이후 최대 규모 순유입을 기록했다.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코스피 지수가 1800 근처까지 상승했다가 최근 주춤해진 틈을 타, 펀드에 들어오려고 했던 대기수요가 들어오는 것"이라고 풀이했다.

그럼 이 기간 동안 투신권이 가장 많이 산 종목은 무엇일까.

코스콤에 따르면 투신권이 지난 13일부터 이틀 동안 수량 기준으로 가장 많이 사들인 종목은 현대증권으로 나타났고, STX팬오션LG, 하이닉스, KT, 한진해운이 뒤를 이었다.

이들 종목 모두 최근 3~4일 동안 지수와 상관없이 반등에 나서고 있는 종목이어서 눈에 띈다.

투신권이 사들이고 있는 종목의 특징은 강세장에서 소외돼 가격 부담이 적고, 종목별·업종별 호재도 있는 종목이라는 점이다.

예를 들면 해운주가 그렇다.

주익찬 유진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해운주들이 양호한 이익을 내고 있음에도 해운업 수급에 대한 우려로 시장에서는 주가가 저평가 받아왔다"며 "하지만 하반기 실질 공급은 오히려 상반기보다 양호할 것으로 보여 현 주가는 저가매수가 들어올 만한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이 밖에 인수·합병(M&A) 이슈가 거론되며 상승하고 있는 현대증권에도 매수세가 몰렸으며, 자회사 가치로 주목받고 있는 LG도 투신권이 많이 사들였다.

이선엽 신한금융투자 시황팀장은 "투신권이 선호하는 종목은 박스권 장세에서 특히 관심 가질 만하다"며 "지수가 빠질 때마다 펀드에 자금이 들어오고 있기 때문에 박스권 등락 시 투신권의 투신권의 매수 여력이 크다"고 전했다.

한경닷컴 김다운 기자 kdw@