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의 통일세 신설 제안에 대해 전문가들은 통일에 대한 국민의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통일비용이라는 문제를 공식적인 논의의 장으로 끌어냈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평가를 내렸다. 다만 천안함 사태 등으로 경색된 남북 관계를 어떻게 풀어나갈 것인지가 통일세 논의보다 우선이라는 지적이 많았다. 세금을 늘려 국민에게 부담을 지우기 전에 재정 운용의 효율성부터 높여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다.

◆박세일 한반도선진화재단 이사장=통일비용을 충당할 수 있는 재원은 어떤 방식으로든 마련해야 한다. 구체적인 방법은 앞으로 논의하면 된다. 아쉬운 점은 통일비용과 통일세를 거론하기 전에 통일의 필요성과 통일로 가기 위한 구체적인 비전을 제시했어야 한다는 점이다. 세금을 더 내자는 얘기부터 하면 국민들이 통일을 부정적인 것으로 생각한다. 통일은 피할 수 있는 일도,부담되는 일도 아니다.

◆동용승 삼성경제연구소 전문위원=통일세를 도입할 것이냐는 문제보다는 통일에 대비할 필요성을 환기시켰다는 점에 의미가 있다. 통일이 될 경우 북한 지역의 경제 개발을 위해 막대한 비용이 들어갈 것이라는 점을 알면서도 지금까지 구체적인 준비를 하지 않았다. 지금 당장 통일세를 도입해도 늦었다고 볼 수 있다. 현 정권이 대북 강경책만 펼치는 것이 아니라 통일에 대해 상당히 구체적인 고민을 안고 있음을 국민에게 알렸다는 점도 긍정적으로 평가한다.

◆이승훈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통일세 논의를 시작할 시점이 됐다. 세금을 늘리면 경제에 부담이 될 수도 있지만 언젠가 통일이 될 것이라면 현실적으로 닥칠 문제에 대비해야 한다.

◆양대종 통일연구원 초청연구위원=통일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국민들이 기본적으로 동의한다. 통일에 수반되는 비용을 마련하기 위한 통일세 제안도 타당성을 갖고 있다. 경제 여건이 좋지 않은데 세금 부담을 늘린다는 비판이 나올 수 있지만 더 미룰 수 있는 일이 아니다.

◆김형기 연세대 통일연구원 객원 교수=남북간 긴장이 고조된 상황에서 통일세 얘기를 꺼내면 국민들은 북한 정권이 붕괴하면서 급작스럽게 통일되는 것 아니냐는 불안감을 가질 수 있다. 남북 관계가 개선된 뒤 통일비용을 준비하자는 얘기가 나와야 국민들의 지지를 얻을 수 있다.

◆이만우 고려대 경영학과 교수=통일세의 필요성에 공감한다. 하지만 지금이 통일세를 논의하기에 적절한 시점인지는 모르겠다. 막대한 통일비용이 예상된다면 정부 재정지출부터 줄여야 한다. 재정 운용의 효율성을 높이지 않은 채 통일세를 논의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유승호/이상은 기자 ush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