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시즌을 맞아 외교 · 통일 · 국방부 등 외교안보 라인의 기강해이가 도마 위에 올랐다. 이들 부처는 장관 연임에도 불구하고 거짓 발표와 늑장 대응,업무 태만 등 고질적인 병폐를 드러내면서 국민의 불신만 키우고 있다는 지적이다.

국방부는 최근 북한의 해안포 발사를 축소 발표했다가 청와대로부터 '경고'를 받았다. 합동참모본부는 북한의 서해상 해안포 발사와 관련해 포탄이 북방한계선(NLL) 남쪽으로 넘어오지 않았다고 했다가 하루 만에 "10여발이 NLL을 1~2㎞ 넘었다"고 말을 바꾸었다. 군은 또 경고통신을 통해 북측의 해안포 사격을 저지했다고 주장했으나,이 역시 사실이 아닌 것으로 확인됐다. 청와대 관계자는 "국방부와 합참 등은 언론 대응 개선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통일부는 지난 8일 북에 나포된 오징어잡이 선박 '대승호'와 관련,늑장조치를 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통일부는 나포 사흘이 지난 10일에야 북측에 조기 송환을 촉구하는 전통문을 보냈다. 통일부 관계자는 "북한 측이 대승호 나포와 관련해 아무런 통보를 하지 않았다"며 "현재 남북이 기싸움 중인데 먼저 말 걸기는 어렵다"고 해명했다. 통일부는 또 최근 자체평가한 '2009 회계연도 성과보고서'에서 남북관계 및 한반도 상황을 안정적으로 관리했다며 높은 점수를 매기는 등 자화자찬했다. 일각에선 지난해 11월 대청해전과 지난 3월 천안함 사태로 한반도 정세가 극히 불안정한 상황과는 어울리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외교통상부는 리비아 · 이란과의 외교관계가 위기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제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에 직면해 있다.

이와 함께 지난 10일 일본 총리 담화를 번역해 발표하면서 두 가지 민감한 문구를 자신들 입맛대로 번역,논란이 일고 있다. 간 나오토 일본 총리가 "가까운 시일 내에 이를 넘겨주고자(お渡し · 오와타시) 한다"고 했으나,외교부는 이를 '반환(返還)하고자 한다'고 오역(誤譯)했다. '넘겨준다'는 자신들이 가지고 있는 것을 건네준다는 뜻인 반면 '반환'은 불법적으로 빼앗은 것을 원래 주인에게 돌려준다는 의미다. 주일대사관이 외교부에 건네줬다는 한글번역본에는 단 한번도 '반환'이라는 표현을 쓴 적이 없다. 한국에서만 '일본의 태도가 달라졌다'는 소동이 벌어졌던 셈이다. 외교부는 "일본 정부의 번역이라고 했던 것은 담당자의 착각이었다"고 해명했다.

게다가 외교부는 '미국 무비자 여행시 전자여행허가제(ESTA) 유료화'에 대한 정확한 적용 시점과 접수 방법 등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해 빈축을 샀다. 내달 8일(미국 동부시간 기준)부터 ESTA 등록시 14달러씩 내는 시점을 놓고 하루종일 오락가락했다.

장성호 기자 ja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