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가발ㆍ저가 생맥주집…5000만원이면 "나도 사장"
서울 광화문 창업e닷컴 세미나실에서는 매주 토요일 창업설명회가 열린다. 정원은 25명이지만 보통 30여명이 참석한다. 유료인데도 빈자리가 없다. 지난 7일 설명회에서 만난 50대 초반의 K씨 부부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 직장을 그만둔 뒤 창업을 결심했으나 2년째 아이템을 결정하지 못해 설명회를 찾아다닌다"고 말했다. 소상공인진흥원,한국창업전략연구소,FC창업코리아,프랜차이즈산업연구원 등에서 주기적으로 실시하는 창업설명회도 대부분 꽉 찬다.

기업들의 구조조정과 청년실업 증가로 창업 수요가 늘고 있지만 경기 전망이 불투명해 예비 창업자들은 리스크가 작은 소자본 창업을 선호하고 있다. 자영업 경험을 쌓으면서 사업 확대 기회를 엿보자는 것이다. 이인호 세종창업연구소장은 "예비 창업자들의 절반 이상이 5000만원 안팎의 자금으로 창업을 하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며 "경쟁이 덜한 차별화된 아이템을 고르고 인건비 등 고정비를 줄여 수익률을 극대화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1000만원대 무점포 창업 주목


소자본 창업의 대표적 아이템은 무점포 창업이다. 1000만~2000만원 정도로 창업비용이 저렴해 청년 창업자나 자금 여력이 부족한 퇴직자들의 관심이 많다. 과거 투자비용이 적다는 것만 내세웠으나 최근엔 소비시장을 갖고 있는 아이템들이 등장해 수익성도 높아졌다.

친환경 실내환경 관리업체 '에코미스트'는 1000만원만 투자하면 운영할 수 있다. 점포나 사무실 등에 자동 향기 분사기를 설치하고 천연향을 리필해주거나 건물 환풍 시스템에 공조기를 설치해 실내 공기를 정화하는 사업이다. 리필 사업이기 때문에 거래처를 한 번 확보하면 꾸준히 수익을 올릴 수 있다.

알레르기 홈케어 서비스 업체 '에코비즈'는 가정용 공기청정 복합기 '에코플러스'를 국산 기술로 개발해 실내 환경을 관리해준다. 봄철 황사는 물론 집먼지 진드기,곰팡이 등 각종 유해물질을 제거해준다. 교육비를 포함해 500만원에 창업할 수 있다. 향기 관리 업체인 바이오미스트도 500만원에 운영이 가능하다. 기업들의 사무용 기기를 관리하거나 사무실,화장실 청소 등을 대행하는 프랜차이즈 업체들도 늘어나고 있다.

◆5000만원 내외 점포 창업

예비 창업자들은 5000만원 정도의 투자를 희망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외식업은 포화 상태여서 판매 및 서비스 업종에 관심을 갖는 창업자들이 늘고 있다. 약간 눈을 돌리면 새롭게 시장을 창출한 블루오션형 아이템이 꽤 있다.

30~50대 여성들의 헤어 스타일을 컨설팅하고 패션 가발을 판매하는 여성 토털 헤어 부티크 '모양'은 국내 최초로 선보인 신개념 프랜차이즈다. 인테리어와 초기 물품비를 포함해 4800만원(점포비 제외)이면 창업할 수 있다. 현재 10여개 매장이 운영되고 있다. 마트와 백화점에 입점하는 숍인숍과 로드숍 모두 운영 중이다.

서비스업에서도 소자본 창업 아이템들이 눈에 띈다. 한방 카페 등도 새롭게 뜨고 있는 시장이다. 치킨점,분식점,떡볶이점 등은 포화 상태지만 5000만원 정도에 창업할 수 있다. 일본식 삼각김밥 전문점 '오니기리와이규동'은 분식집과 비슷한 4500만원대다. 최근 유행하는 생막걸리 전문점이나 국수집 등도 5000만원 선에 창업이 가능하다. 2억원 이상 들어가는 호프전문점을 5000만원 이하로 낮춘 '즐거운 生1955' 등 저가형 생맥주 브랜드들도 최근 등장했다.

◆본사 지원제도 살펴라

투자비가 적다고 무턱대고 창업했다가 낭패를 보는 사례도 있다. 무점포 창업의 경우 창업 초기부터 일정 수익을 올릴 수 있는 검증된 아이템을 선택해야 한다. 폭 넓은 수요층을 흡수할 수 있는 대중성 높은 업종이 좋다.

소형 점포 창업의 경우 자신만의 강점을 살려야 한다. 고객 한 사람 한 사람에 대한 밀착 서비스를 통해 단골을 확보해야 한다. 점포 공간이 좁은 한계가 있으므로 특정 분야로 사업영역을 좁혀 전문점 형태로 운영하는 게 좋다. 프랜차이즈 브랜드를 고를 때는 계약 전에 지원 조건을 성실히 이행할 수 있는 업체인지 살펴봐야 한다.

강병오 FC창업코리아 대표는 "아무리 소자본 창업이라 해도 시간에 쫓겨 성급하게 창업을 하면 후회하는 경우가 많다"며 "소비시장 트렌드를 분석한 뒤 아이템을 최종 결정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최인한 기자 janu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