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타임스(FT)는 8일 "러시아 등의 가뭄으로 유럽 가축의 주사료인 보리 가격이 급등하면서 닭고기 등 육류 가격 인상을 초래할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보도했다.
유럽의 가축 사료용 보리 가격은 6월 중순 t당 90유로 선에서 거래됐지만 최근에는 130%가량 뛰어오른 t당 210유로를 기록했다. 사료용 보리 외에 맥주 재료용으로 쓰이는 보리 가격도 크게 높아졌다.
이처럼 보리 가격이 급등하는 것은 주요 보리 수출국인 러시아 우크라이나 카자흐스탄이 극심한 가뭄 피해를 입고 있기 때문이다. 이들 세 나라는 밀의 주요 수출국일 뿐 아니라 매년 840만t의 사료용 보리를 수출하는 보리 수출대국이기도 하다. 이들 3개국이 지난해 전 세계 가축 사료용 보리 거래량 1690만t의 절반 가까이를 담당했다. 우크라이나가 연간 600만t,러시아가 210만t의 사료용 보리를 수출했다.
곡물 트레이더들은 우크라이나의 기상 악화와 러시아의 밀 수출 금지 여파로 앞으로 보리 공급량이 급격히 감소할 것으로 예상한다. 우크라이나가 곡물 수출 금지 조치를 취하지 않겠다고 약속했지만 관세나 품질 요건 등 다른 조치를 통해 수출선적을 지연하는 방식으로 공급량을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유럽연합(EU)과 캐나다도 기상 악화로 생산량이 동반 감소하고 있다.
이에 따라 사료값 인상으로 양계업계에 영향이 미칠 것으로 보인다. EU는 지난해 풍작으로 재고가 많아 역내 가격 상승을 완화할 수 있다며 우려 진화에 나섰지만 축산업계는 사료값 인상을 우려해 최악의 상황에 대비하고 있다. FT는 "대다수 시장전문가들이 몇 개월 안에 닭고기를 중심으로 각종 육류 가격이 15%가량 오를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본다"고 전했다.
김동욱 기자 kimd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