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의 최측근인 이재오 한나라당 의원이 '당 · 정 · 청의 최고위급 메신저'로 이 대통령 곁으로 돌아왔다. 청와대에 임태희 대통령실장과 정진석 정무수석 등이 포진한 데 이어 이 특임장관 내정자와 신재민 이주호 박재완 장관 내정자 등 이 대통령 측근들이 전면에 포진한 것이다.

◆'MB 사수대'로 돌아온 이재오

정치권에선 이 내정자의 특임장관 중용은 예상밖이라는 반응이다. 인물론을 중심으로 한 '나홀로 선거'가 먹혀들면서 어려웠던 서울 은평을 선거에서 압승한 이 내정자가 당분간은 지역구 챙기기에 올인하겠다고 밝힌 터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는 이번 개각을 통해 '지역구 정치인'의 길에 안주하지 않고 정권과 운명을 같이할 'MB 사수대'라는 본연의 모습으로 돌아오게 된 것이다.

이 내정자는 30여년간 민주화운동을 하면서 10여년간 옥고를 치른 재야 출신 인사로,이명박정부 탄생의 일등공신으로 꼽힌다. 이 대통령과는 1964년 한 · 일회담 반대시위 때 고려대(이 대통령)와 중앙대(이 내정자)에서 각각 시위를 주도하며 만나 첫 인연을 맺었고,15대 국회에 나란히 입성하면서 정치적 동지의 연을 맺었다. 이 내정자는 2002년 이 대통령이 서울시장 선거에 출마했을 때 선대위원장을 맡은 데 이어 2007년 한나라당 대선후보 경선과 본선 때 이명박캠프의 좌장을 맡아 선거운동을 진두지휘하면서 여권 최고 실세로 부상했다.

하지만 이 내정자는 4 · 9 총선에서 공천파동과 정권견제론의 역풍을 맞고 낙선하면서 '고난의 행군'을 시작하게 된다. 총선 패배 후 한 달 보름 만인 5월26일 미국 유학길에 올라 지난해 3월28일 귀국할 때까지 꼬박 10개월을 미국에서 사실상 '귀양' 생활을 해야 했다.

그러다 지난해 9월29일 국민권익위원장을 맡으면서 이 대통령의 곁으로 돌아왔다. 낮은 자세로 부정 · 부패에 맞서고,서민의 고충을 해결하는 모습은 이 내정자의 부정적인 이미지를 희석하는 데 큰 도움이 됐다.

◆사실상 '대통령 대리인' 역할 할 듯

이 내정자는 전임자나 다른 장관에 비해 훨씬 많은 권한을 갖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직제상 총리 직속이지만 다소 경륜이 부족한 김태호 국무총리 내정자를 보좌하고 이 대통령과 수시로 대화하면서 당 · 정 · 청의 막후 통합 조정 역할을 맡게 될 것이라는 게 정치권의 대체적인 관측이다. 이명박정부 집권 후반기의 성공적 운영과 차기 정권 재창출을 위한 '그랜드 플랜'을 짜는 중책을 맡을 것으로 전망된다. 특임장관이 대통령과 총리가 참석하는 일정과 회의에 대부분 함께한다는 점도 이 내정자의 행보가 주목받는 이유다. 그의 한마디 한마디가 사실상 이심(李心)으로 받아들여져 큰 파장을 일으킬 것으로 보인다.

김 총리 내정자의 등장으로 경우의 수가 복잡해진 여권 차기 대선 후보 관리에도 이 내정자의 역할이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여권 주류의 대선 후보를 키우는 과정과 막판 후보 정리 과정에서 당내 지분이 많고 이심을 확실히 알고 있는 이 내정자의 입김이 크게 작용할 것이기 때문이다. 친박계가 이번 인사에서 유독 이 내정자의 기용에 시선을 보내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그가 국민권익위원장 시절 공을 들였던 공무원 기강 강화 문제도 속도가 붙을 것으로 전망된다. 총리실 민간인 불법 사찰 의혹 등 최근 공직기강 사고가 잇따른 점도 이런 전망을 뒷받침하고 있다.

안상수 한나라당 대표의 당선으로 탄력을 받고 있는 당 · 정 · 청 관계도 더 유기적으로 운영될 것으로 분석된다. 여권 실세이자 정권 2인자가 내각에 들어가 막후 통합 · 조정 역할을 할 것임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이 내정자의 발탁으로 임 실장,안 대표 트리오가 향후 여권의 중심축을 맡게 된 것이다. 이들은 지난 10여년간 동고동락해 온 사이로 2년 8개월만에 다시 뭉치게 됐다.

이 내정자는 또 당 · 정 · 청의 최고위급 메신저로 활약,신재민 이주호 박재완 장관 내정자 등 'MB맨'들의 군기반장 역할까지 하며 소통과 조율을 책임질 것으로 예상된다.

구동회 기자 kugij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