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30년대 대공황 이래 가장 힘들었다는 글로벌 금융위기가 발생한 지 어느덧 3년이 지나간다. 위기가 어느 정도 극복됨에 따라 대부분의 예측기관이 위기 후 형성되는 새로운 트렌드를 잡기 위해선 '모든 것을 버리라'고 주문할 만큼 획기적인 변화가 일고 있다.

금융위기를 거치면서 세계 질서에는 '차이메리카(Chimerica)' 시대가 자리잡았다. '중국+미국'의 합성어인 차이메리카는 갈등도 많지만 서로 생명줄을 쥐고 있어 함께 갈 수밖에 없는 운명적 신공생 관계를 의미한다. 그 후 미국 주도의 '팍스 아메리카나'가 재탄생될지,중국 중심의 '팍스 시니카' 시대가 도래할 것인지 판가름 날 것으로 예상된다.

세계 질서가 변하면서 중심 국가도 달라지고 있다. 특히 '브릭스(BRICs)' 대신 '비시스(BICIs)'가 부상하는 점이 눈에 띈다. 비시스란 브릭스(브라질 인도 러시아 중국) 국가 중 갈수록 정쟁이 심할 것으로 예상되는 러시아를 빼고 부존자원이 풍부한 인도네시아를 넣은 신조어다. 비시스 4개국 중 3개국이 아시아 국가란 점이 주목된다. 대륙별로는 관심을 받지 못했던 아프리카가 급부상 중이다.

각국의 경제구조도 대폭 개편되고 있다. 모든 국가가 마치 유행처럼 수출에서 내수 위주로의 경제정책 변화를 계획하고 있다. 이번 위기를 통해 한 나라 경제구조에서 수출 비중이 지나치게 높을 경우 글로벌 환경에 전적으로 좌우되는 이른바 '싱가포르 쇼크'라는 취약점이 그대로 노출됐기 때문이다.

금융위기 이후 더욱 급진전될 것으로 보이는 글로벌 시대에 특정 국가가 경제의 독립성과 안정성을 확보하려면 경제 규모에 관계없이 일정 수준 이상의 내수시장을 확보해야 한다. 특히 전후방 연관효과가 높은 사회간접자본(SOC) 투자에 주력하는 경제운용 방침은 투자자들이 주목해야 할 대목이다.

모든 것이 변하는 만큼 유행하는 화두(話頭)도 변화하고 있다. 지난 3년간 '부도''파산''CDS프리미엄''양적 완화' 등이 사람들 입에 가장 많이 오르내렸다. 하지만 최근엔 '임팩트 효과''마오둔'(모순),모든 것이 손안에 다 보인다는 '증강현실' 등이 유행하고 있다.

그중에서 '임팩트 효과'를 추구하는 기업이 부각되는 점을 모든 경영인이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순수재무이론대로 너무 이윤만 추구하는 것이 오히려 도덕적 해이와 금융위기를 촉발하는 데 일조했다는 반성을 계기로,앞으로는 이윤과 함께 기부 같은 사회적 가치를 추구해야 지속적 생존이 가능하다는 것이 임팩트 효과의 핵심이다.

주력산업도 많은 변화가 일고 있다. 위기극복 과정에서 '주력산업의 카오스(혼돈) 시대'라고 부를 만큼 혼란을 겪었으나 최근에는 증강현실 시대를 몰고온 모바일산업과 함께 녹색산업,통합융합산업 등이 확실한 주력산업으로 자리잡았다. 각국 예산 편성과 기업의 경영계획에서도 이들 업종에 대한 투자 비중이 높은 것이 이 같은 변화를 뒷받침한다.

위기 후 변화에 맞춰 미국 월가 펀드매니저들도 새로운 업종을 중심으로 포트폴리오를 재구성하기에 바쁘다. 가장 관심을 보이는 것이 '알파 라이징' 업종이다. 알파 라이징 업종이란 현존하는 기업 이외에 플러스 알파라는 점에서 '알파'와,위기 이후 적용될 새로운 평가 잣대에 따라 부각된다는 의미에서 '라이징(rising)'이 붙은 용어다.

그런 만큼 위기 이후 형성될 미래 트렌드와 관련,연구 개발 중인 신상품을 찾기에 분주하다. 현재 연구 중이거나 개발이 완료돼 출시를 앞둔 다양한 제품 가운데 '알파 라이징'이 될 가능성이 높은 사례로 △주인을 알아보는 카드 △건강을 가져다주는 바이러스 △기름을 먹고사는 박테리아 △자전거 교통천국 '벨로벤트(velovent)' △어떤 연료든 다 쓸 수 있는 자동차 등을 꼽을 수 있다.

또 이번 위기 과정 중 더 커진 빈곤층을 대상으로 한 비즈니스, 즉 'BOP'(busi-ness of the economic pyramid) 관련 업종을 주목하고 있다. BOP 계층은 세계 인구의 약 72%인 40억명에 이르고,시장 규모도 약 5조달러에 달하는 거대 시장이다. BOP 계층은 중간소득 계층으로 성장할 가능성이 높아 '넥스트 볼륨 존(next volume zone)''넥스트 마켓(next market)'으로 불리며 글로벌 기업일수록 이 사업에 주도적으로 뛰어들고 있다.

새로운 주력업종과 함께 '시걸형(型) 업종'을 일정한 비율로 가져가 그때그때 경기와 증시전망에 따른 인기주나 주도주와 관계없이 안정된 수익을 낼 수 있는 포트폴리오를 고수하는 점도 눈에 띈다. 시걸형 업종이란 세계적인 투자전략가인 제레미 시걸 미국 와튼스쿨 교수가 제시한 것으로,사람의 생활과 뗄 수 없는 석유 천연자원 제약 필수소비재 등과 같은 주식을 가리킨다.

객원논설위원 sc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