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모든 금융기관의 北거래내역 조사하는 듯"

중국이 미국의 대북추가제재방안 발표를 앞두고 '앞가림'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과거 방코델타아시아(BDA)식 금융제재에서 경험한 대로 강도가 어떻든 간에 미국이 북한에 추가제재를 취할 경우 북한과 거래가 많은 중국에 어떤 식으로든 불똥이 튈 것을 우려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중국은 우선 미국의 대북 추가제재 방안에 어떤 내용이 포함될 지에 주목하면서 내부단속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베이징의 한 소식통은 5일 "중국 당국은 크게 대북 추가제재가 중국에 어떤 영향을 끼칠 지에 대비한 앞가림을 하고나서, 북핵 6자회담과 향후 북한 경제 및 후계구도에 어떻게 작용할 지 등에 초점을 맞추고 방안을 모색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가운데 중국은 대북 추가제재로 인한 중국의 피해가 어떨 지에 가장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으며 추가제재 대상이 누가 될 지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지금까지 나온 미 행정부의 발표를 종합하면 미국의 추가제재는 북한 권력층 유지의 기반이 되는 사치품 수입 또는 마약, 위조지폐, 가짜 담배 제조.거래 등의 불법활동 연루 기관과 단체, 개인을 지정해 미국의 제재대상으로 정하되 그와 관련된 제3국의 기업.금융기관에 대해서는 자발적인 협조를 요구한다는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미국 법으로 블랙리스트에 오른 이란의 기관과 거래하는 제3국 모든 나라의 금융기관을 제재 대상으로 삼는 이란제재와는 달리 이번 미국의 대북 추가제재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1874호의 철저한 이행을 자발적으로 요구한다는 게 다르다.

중국은 그러나 BDA식 금융제재와 마찬가지로 문제의 북한 리스트가 발표되면 미국내는 물론 여타 국가들의 기업과 금융기관들도 미국 중심의 금융시스템에서 불이익을 받지 않기위해 북한 자금을 동결할 수 밖에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 미국 재무부가 2005년 9월 15일 미국 재무부가 애국법 311조에 따라 마카오 소재 BDA를 '돈세탁 우려 대상'으로 지정한데 대해 전 세계 대부분의 금융기관이 BDA와 거래를 기피하자 마카오 당국이 나서 BDA에 예치된 북한 예금 2천500만 달러를 동결해야 했다.

이 때문에 베이징 외교가에서는 지난달 하순 미 행정부가 대북 추가제재 의지를 밝힌 이후 중국 정부가 자국내 모든 금융기관을 상대로 북한과의 거래내역 조사에 들어간 것으로 보고 있다.

홍콩금융관리국(HKMA)이 지난달 말에 홍콩내 199개 은행에 금융거래 조회요청서를 보내 근래 북한 외자유치 창구로 떠오른 조선대풍국제투자그룹 관련 4개사와의 지난 6년간 거래내역을 회신해달라고 요청한 것도 그런 맥락에서 이해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베이징의 다른 소식통은 "중국 당국의 북한 관련 조사는 대풍국제그룹만이 아닐 것"이라며 "중국 당국은 미국의 추가제재에 포함될 만한 북한 기관과 단체, 개인 등의 가상 리스트를 만들어 전반적인 대비를 하고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중국의 이런 내부 조사는 적어도 로버트 아인혼 대북.대이란 제재조정관이 중국을 방문하겠다고 밝힌 이달 말 이전에는 완료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이미 한국과 일본을 방문해 대북 추가제재의 밑그림을 그린 아인혼 제재조정관이 구체적인 제재방안을 들고 방중하면 그에 대응한 자체 카드를 만들어 '조율'에 나설 것이라는 분석이다.

중국은 애초 천안함사건에 대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의장성명 채택을 계기로 미국이 천안함 출구전략으로 갈 것으로 예상하면서, 올 하반기에는 북핵 6자회담 대화국면을 유도한다는 복안을 가졌던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은 그러나 미국이 대북 추가제재 방침을 밝히면서 한미합동군사훈련을 강행하고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에 개입하겠다는 의사를 공식화하면서 자국과의 갈등을 심화시켜가자 6자회담 재개 시도는 일단 '보류'한 기색이 역력하다.

안보리의 천안함 의장성명 채택후 북한과 중국 간에 오갔던 6자회담 재개의 목소리는 이미 잦아들었다.

중국은 미국의 이번 추가제재가 향후 한반도 구도에 어떻게 작용할 지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일단 중국은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이 지난 5월초 방중에서 밝힌 경제발전 계획을 전폭적을 지지한다는 입장이며, 이를 바탕으로 김정은으로의 후계구도가 무리없이 안착돼 북한내에서 정치.사회불안이 발생하지 않기를 바라는 분위기다.

그러나 미국의 대북 추가제재가 현실화하면 북한 경제에 적지 않은 타격을 줘 사회불안이 야기되지 않을 까 우려하는 전망이 이미 중국 내부에서 나오고 있다.

일각에서는 그같은 대북추가제재가 북한 군부 강경파의 입지를 강화해줘 추가적인 '도발'을 부를 수 있다고 전망하기도 한다.

대북 추가제재→북한 추가도발의 악순환이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중국은 그럼에도 한반도를 둘러싼 대화 국면이 아직 소멸되지는 않았다는 판단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이 대북 추가제재의 카드를 꺼내들었지만 행정부 차원의 행정명령을 고려하고 있는 점으로 볼 때 의미있는 상황변화가 있을 경우 행정부 재량으로 '되돌릴 수 있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는 점에서, 아직 반전의 여지는 있다고 보고 외교적 노력을 기울인다는 것이어서 향후 추이가 주목된다.

(베이징연합뉴스) 인교준 특파원 kjih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