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안에서 4대강 사업을 둘러싸고 파열음이 커지고 있다. 당 소속 광역단체장들이 속속 4대강 사업에 '찬성' 입장으로 돌아선 데 이어 충북 의원들까지 기존 반대 입장에서 후퇴하면서 당내 혼선이 커지고 있다.

노영민 민주당 의원(충북 청주)은 5일 "충북 지역은 보와 대규모 준설이 없는 하천정비사업이 대부분이어서 굳이 4대강 사업을 반대할 이유가 없다는 게 충북 의원들의 공통된 입장"이라고 말했다. 이시종 충북지사가 4대강 사업에 전향적으로 돌아선 직후 충북 의원들까지 동조한 것이다. 이미 전남 출신 의원들과 자치단체장들이 영산강 일대 정비사업 필요성을 이유로 찬성 입장을 밝힌 터라 당내 4대강 기조에 균열이 오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지역 출신 한 재선 의원은 "국도 건설 등 다른 사회간접자본(SOC) 예산이 축소된 마당에 4대강 사업까지 중단될 경우 그렇지 않아도 위축된 지역경제가 타격을 받을 수 있는 현실을 무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차기 당권 주자들이 4대강 기조 후퇴 움직임에 강력 반발하고 나서 오는 9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새로운 쟁점으로 떠오를 조짐이다. 당 일각에선 이 지사,안희정 충남 지사가 4대강 사업 재검토 입장을 표명하는 과정에서 당과 사전 협의를 하지 않았다며 책임론까지 제기할 태세다. 정동영 상임고문은 "당의 기조가 갈수록 완화되는데 선거가 끝났다고 바뀌면 안 된다"고 지적했다. 정 고문은 이날 국회 4대강 검증특위 구성결의안 제출을 위한 서명작업에 들어갔다. 이에 박지원 원내대표 겸 비대위 대표는 고위정책회의에서 "4대강 사업에 대한 민주당의 입장에 변화가 없는데 일부 언론이 민주당 출신 광역 단체장들이 찬성하고 있다는 식으로 보도하는 것은 유감"이라며 진화에 나섰다.

한편 청와대는 야당 소속 단체장들의 입장에 변화 기조가 감지됨에 따라 전날 민주당이 제시한 4대강 사업 대안의 쟁점별 타당성을 검토해 반영키로 하는 등 후속대책 마련에 들어갔다. 하지만 보 건설과 준설을 줄이고 본류보다는 지류 · 소하천을 먼저 정비해야 한다는 민주당의 요구는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청와대 핵심 참모는 "보 건설은 이미 40% 정도 공정이 진척돼 있어 기존의 계획대로 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렇지만 중앙 및 지방정부가 공동으로 부담하는 지방하천 개선 비용의 경우 중앙정부의 부담 비율을 높이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김형호 기자 chs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