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정 지역 상권이 도로 등 주변 여건의 변화로 흥망성쇠를 겪듯이 지하철에도 '뜨는 역'과 '지는 역'이 있다. 서울 지하철 1~4호선을 운영하는 서울메트로가 5일 공개한 '2010년 상반기 수송인원 현황'을 보면 주변 여건 변화에 따라 엇갈리는 지하철역들의 희비(?)를 엿볼 수 있다.

올 상반기 지하철 1~4호선 이용객은 7억3638만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7억2607만명에 비해 1.4%(1030만명) 증가했다. 승객 증가의 '일등 공신'은 3호선이었다. 지난 2월 가락시장,경찰병원,오금 등 3개 역이 연장 개통돼 지하철 5 · 8호선,분당선과 환승이 용이해지면서 노선 전체 이용객이 작년보다 853만명(6.7%) 늘었다. 손님이 하루 5만3000명 많아진 셈이다.

4호선은 관광객 증가 효과로 노선 이용객이 하루 2만명가량 늘었다. 특히 국립중앙박물관에서 가까운 이촌역(12.4%)과 전통적인 관광 명소인 명동(5%),동대문(3.7%),회현(2.5%)역이 증가세를 보였다.

2호선 신도림역과 구로디지털단지역은 주변에 업무단지가 속속 들어서며 수송 인원이 각각 4.4%,3.9%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1호선 종각역과 종로3가역은 인근 피맛골이 완전 철거되면서 이용객이 각각 3.3%,5.1% 줄었다. 지하철과 버스를 환승하는 시민이 많았던 1호선 청량리역 역시 지난해 말 중앙선(국수~용문)이 새로 뚫린 뒤 승객이 6.5%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

또 '황금노선'으로 불리는 9호선이 강남 지역 출퇴근 인구를 대거 흡수하면서 9호선과 연결된 환승역의 손님이 크게 줄었다. 2호선 당산역은 지난해 상반기 972만명이 이용했지만 올해는 34.1% 급락한 640만명에 그쳤다.

4호선 동작역 승객도 102만명에서 75만명으로 25.9% 감소했다. 2호선 강남역도 지난해 7월 9호선 개통과 광역버스 등 대체 교통 수단이 대폭 개선되면서 이용객이 1% 줄었다.

올해 이용객이 가장 많았던 날은 서울에 25.8㎝ 폭설이 쏟아졌던 지난 1월4일이었다. 지금까지 크리스마스 이브(12월24일)가 늘 승객 수 1위를 차지했던 것과 비교하면 이례적이다. 도로 교통이 마비됐던 이날 1~4호선에 516만명이 몰려 역대 최고 기록을 갈아치웠다. 승객이 가장 적었던 날은 설날인 2월14일로 평균치의 35.7%에 불과한 145만명이 이용했다.

임현우 기자 tard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