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의 '간판 입' 역할을 해온 우상호 대변인이 4일 당 대변인에서 물러나며 그간 모셨던 4명의 당 대표에 대한 인물 촌평을 했다.

우 대변인은 2006년 열린우리당 정동영 전 의장을 시작으로 김근태,손학규 전 대표시절에도 당 대변인을 지냈다. 2008년 총선에서 낙선한 후 원외에 머물던 중 지난해 8월부터 최초의 원외 당 대변인으로 복귀,정세균 대표를 도왔다. 총 807일로 민주당 최장수 연임 대변인을 지냈다. 특히 당 대표 선출을 위한 전당대회가 내달 18일로 잡힌 터에 나온 인물평이라 더 관심을 끌었다.

우 대변인은 "처음 대변인으로 만난 정동영 상임고문은 정치적 순발력면에서 최고"로 꼽았다.

우 대변인은 "정치적 아이템을 찾아내 이슈화하는 순발력은 젊은 의원들조차 따라갈 수 없었다"며 "다만 하나의 이슈가 기승전결이 나지 않은 상태에서 다른 이슈로 옮겨가는 스타일은 단점"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신문과 방송 등 언론을 너무 꼼꼼히 챙기고 숙제를 많이 내줘 대변인으로서는 가장 힘들었다"고 털어놨다.

열린우리당 시절 잇단 선거 패배로 당 분위기가 최악인 상황에서 의장자리를 물려받은 김근태 상임고문에 대해서는 "대북관계나 인권 등 신념이 확고한 분야에 대해서는 어느 누구와도 맞서 싸우지만 당 운영은 자율에 맡기는 '방목형'에 가까웠다"며 "그렇다보니 외부적으로 당 운영이 원만하지 않았지만 인간적으로는 가장 훌륭한 선배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손학규 전 대표는 "맷집도 있고 큰 싸움에 강하다"는 게 우 대변인의 평가다. 그는 "전략적인 마인드와 큰 이슈를 만들어내는 역량이 있어 당내 인사 가운데 이명박 대통령과의 기싸움에서도 가장 강할 정치인"이라며 "하지만 중요한 결정을 할 때는 참모들에게도 속내를 털어놓지 않아 애를 많이 먹었다"고 전했다.

지난 2일 대표직에서 물어난 정 전 대표에 대해서는 "성실성과 원만한 성격면에서 4명의 대표 가운데 최고였다"고 평가했다. 그는 "누구보다 꼼꼼하면서도 동료의원이나 당직자에게 지시하기보다 의견을 물어 결정하는 성격이 강점"이라고 말했다.

다만 정치적 결단을 내려야하는 상황에서 과감한 리스크 테이킹에 약한 좌고우면형 성격은 약점이라고 지적했다. 우 대변인은 "같은 전북출신인 DY(정동영)가 지뢰밭을 뛰어다니는 스타일이라면 정 전 대표는 지뢰를 다 치운 다음에 움직이는 스타일"이라고 평했다.

김형호 기자 chs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