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달러 환율이 거래일 기준 4일 연속 하락하며 1160원선에 머무르고 있다. 이에 따라 증시에서는 연일 하락하는 환율의 배경과 그 수혜주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4일 오전 11시 현재 원·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2.10원(0.18%) 하락한 1169.50원을 기록 중이다. 이날 환율은 전날보다 3.60원 내린 1168.00원으로 출발해 1160원대 후반에서 엎치락뒤치락하는 흐름을 보이고 있다.

◆원·달러 환율 7월부터 4% 넘게 내려…배경은?

원·달러 환율은 지난달부터 약세를 나타내며 지난 3일까지 4.14% 하락했다. 외환당국 개입 등에도 불구하고 지난달 후반부터 본격적으로 1200원선 아래로 밀린 환율은 끝내 1170원선 아래로 떨어졌다.

전문가들은 수출 호조에 따른 한국 경상수지 흑자, 선진국 저금리 기조로 인한 외국자본의 국내 주식 및 채권시장 유입 등을 원화 강세의 원인으로 짚고 있다.

특히 최근 미국 경제지표 약화를 반영한 미국 달러 약세 등으로 세계 외환시장이 펀더멘털(기초체력)에 보다 초점을 맞추면서 비교적 펀더멘털이 건전한 원화가 강세를 나타내고 있다는 평가다.

금융업계에서는 원·달러 환율의 하락 추세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향후 미국과 한국의 경기 회복 속도 차이 등이 더 커질 전망이고,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추가 유동성 공급 가능성도 제기되는 상황이어서 해외 자본의 유입이 지속될 수 있을 것이라는 관측에서다.

또한 유럽 재정위기 우려 완화 영향이 이어지는 가운데 중국 위안화 절상에 따른 아시아 통화 동반 강세도 예상되고 있다.

이승재 대신증권 연구위원은 "외국인의 자금 유입 동향에서도 채권보다 주식 시장으로 유입되는 추이가 강해지고 있어, 당분간 외국인의 주식매수와 환율 하락 추세는 이어질 것"이라며 "코스피 지수가 전고점을 돌파한 상황에서 원·달러 환율은 연중 최저치인 1100원 초반으로 하락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전승지 삼성선물 연구원은 "저평가 정도에는 이견이 있겠지만 금융위기 당시 신용경색, 세계 경기 등에 취약한 통화로 하락폭이 컸던 원화는 탄탄해진 펀더멘털과 재정 상황 등을 반영해 정상화되는 과정을 거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편 삼성선물에 따르면 빅맥지수에 비춰 원화 가치는 달러화에 비해 24% 저평가된 상태다. 한국의 빅맥지수는 2.82로 44개국 가운데 24번째를 기록했고, 이를 기준으로 환산한 원화의 적정환율은 911원으로 나타났다.

◆"환율 하락 추이…위험자산 거부감 없다는 방증"

증권업계에서는 최근 원·달러 환율 하락이 증시 상승 추세 지속 전망에 힘을 싣고 있다는 의견을 제기했다. 환율 하락이 금융시장의 안정을 반영하면서 위험자산에 대한 거부감을 줄이는 역할을 하고 있다는 평가다.

서동필 하나대투증권 연구위원은 "환율에 비춰 외국인 매수세와 이에 따른 주식시장 강세는 불편한 현상이 아니다"며 "달러 약세가 유동성을 개선시키고, 이를 통해 외국인 자금이 신흥국가의 위험자산을 사는 데 거부감이 없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고 풀이했다.

마주옥 키움증권 투자전략팀장은 "미국 경기가 둔화되고 있지만 국내증시의 상승 추세는 꺾이지 않고 있는 상황"이라며 "미국 경기둔화가 국내증시에 미치는 영향을 가늠할 수 있는 요인은 '달러화 향방'으로, 달러화가 약세를 보이는 구간에서는 미국 경기둔화가 증시에 미치는 악영향이 제한될 것"이라고 밝혔다.

현재 미국 경기둔화에도 불구하고 안전자산 선호현상이 강화되지 않고 있어 달러화가 약세를 보이고 있다는 분석이다.

◆미끄러지는 환율에 힘 받을 수혜주는?

증권업계에서는 환율 하락 수혜주로 철강과 은행, 증권 등과 함께 전기가스, 음식료 등 내수업종을 꼽았다.

[초점]심상찮은 환율 하락세…증시 수혜주는?
대신증권에 따르면 2005년 이후 주간 기준으로 환율이 1% 이상 하락한 사례가 한달 내에 2번 이상 발생한 경우는 총 12번이다. 해당 기간에서 수익률 상위 업종으로 가장 많이 등장했던 업종은 철강과 은행, 증권이었다.

포스코, 현대제철 등 철강업체는 원재료 수입비중이 높아 환율 하락 시 비용 절감 효과가 발생하고, 외화부채가 많기 때문에 원·달러 환율 하락 수혜주라는 평가다.

은행주의 경우 환율 하락과 함께 외화차입 비용이 감소하는 경향이 있다. 증권주는 원·달러 환율이 주가와 음의 상관관계를 나타내 환율 하락기에 코스피 지수가 상승할 가능성이 높고, 이는 증권주에 호재로 작용한다는 진단이다.

아울러 음식료와 전기가스, 항공, 정유, 여행 업종 등도 수혜주로 꼽혔다.

대부분의 음식료 업체들은 재료를 달러화로 수입하기 때문에 원가 하락 효과가 기대되고 있다. 한국전력, 한국가스공사 등 전기가스주들은 연료비 절감 효과에 따른 수익성 개선이 기대된다. 항공업체는 달러화 결제비용과 순외화부채 감소가 예상된다. 여행주는 여행 및 해외 소비 수요 증가 효과가 발생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김승한 하이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유럽 재정위기로 인해 급등했던 원·달러 환율이 제자리를 찾아가는 과정이 진행되고 있다"며 "그동안 수출주에 비해 상대적으로 부진했던 내수주에 대해 주가 수익률 부진 만회의 주요 모멘텀(상승요인)이 될 것"이라고 최근 보고서를 통해 밝혔다.

한경닷컴 오정민 기자 bloom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