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인 여성들을 위한 미국의 고급 여성지 '에센스'가 40년 역사상 처음으로 백인 여성을 간부로 영입하면서 논란에 휩싸였다고 영국 일간 더타임스 인터넷판이 30일 보도했다.

'에센스'의 앤젤라 버트-머레이 편집장이 백인인 엘리에나 플래카스를 패션 디렉터로 채용하자 흑인 해설자들은 흑인여성들로서는 패션 매체에서 얻기 어려운 일자리를 이 잡지가 빼앗았다고 공격하고 나섰다.

스타일 컨설턴트인 나즈와 모세스는 "패션업계는 일반적으로 흑인이나 갈색 인종이 자리를 구하기 어려운 분야"라며 "'에센스'는 '내가 커리어를 착실히 쌓아나가면 나도 그곳에서 일할 수 있을지 모른다'라고 생각하게 하는 일자리"라고 지적했다.

모세스는 사이트 styleaholics.com에 개설된 자신의 블로그에 '에센스'는 노출이 심한 랩 비디오들이 난무하는 미디어 세계에서 세련되고 우아한 흑인여성들의 이미지를 전달하고 있다며 "독자들은 (플래카스가) 웬디 윌리엄스 쇼나 레이첼 레이 쇼 같은 토크쇼에 출연해 우리의 이미지를 대변한다면 매우 충격을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모세스는 미국에서 최초로 흑인 대통령이 탄생해서 인종간 관계가 개선될 것이라는 희망이 있었으나 일반인들에게는 거의 변한 것이 없다고 주장했다.

'에센스'의 필진이었던 미카엘라 앤젤라 데이비스는 "이는 인종차별주의의 문제가 아니라 흑인여성들이 성장하고 활약하고 다양성을 실현할 수 있는 일자리의 문제"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에센스'는 "아프리카계 미국 여성들의 독특한 아름다움과 스타일을 찬양"하는데 전념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버트-머레이 편집장은 성명을 통해 "나는 이 문제가 우리 독자들의 감정적인 부분을 건드렸다는 것을 이해한다"라고 말을 꺼낸 뒤 "그러나 내가 엘리에나를 선택한 것은 지난 6개월동안 프리랜서로서 우리 잡지에 기고한 그의 독창성, 비전, 독자들의 긍정적 반응, 그의 열정, 독자와 우리 브랜드에 대한 존중 등을 높이 평가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버트-머레이 편집장은 '에센스'는 조만간 새로운 간부들을 고용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서울=연합뉴스) kej@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