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 투자를 해본 사람은 안다. 추락하는 것엔 날개는커녕 바닥도 없다는 걸.쥐꼬리만큼이라도 꼬박꼬박 붙는 은행 이자가 얼마나 소중한지,원금이 보장된다는 게 얼마나 고맙고 다행스러운 일인지도 깨닫는다. 무작정 오래 보유하는 게 능사가 아니라는 사실도 터득한다.

그런데도 주위에서 "내릴 만큼 내렸다,조만간 고공행진한다"고 하면 솔깃해 한다. 설마설마 하다가도 '지금 안사면 두고두고 후회한다. 누구는 외환위기 때 샀다 묻어뒀던 주식이 10배도 더 올라 떵떵거리며 산다'는 얘기까지 듣고 나면 결국 다시 마음이 기운다.

증권가 풍토라는 건 세계 어디나 똑같은지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주식시장에서 통용되는 감언이설 10가지를 골라 '허구'라고 꼬집었다. '지금이 주식에 투자할 적기다'라거나 '연평균 10% 수익을 낸다,저평가돼 있다,장기적으론 주식만한 게 없다'고들 하는데 그럼 적기가 아닐 땐 언제고 장기(長期)란 도대체 어느 정도를 말하느냐는 것이다.

또 지금이 어느 땐데 연평균 10% 수익이 그렇게 간단하냐고 반문했다. 투자에 대한 판단과 결과는 전적으로 투자자의 몫이다. 달콤하고 이로운 조건만 앞세워 부추겼다고 해도 협박이나 위협 속에 억지로 한 게 아니면 손실에 대한 책임을 묻기 어렵다. '지금이야말로 혹은 이 종목만은 살 때'라는 말을 철석같이 믿고 샀다 해도 떨어지고 나면 혼자 가슴을 쳐야 한다.

감언이설(甘言利說)이 판치는 건 주식시장에 그치지 않는다. 지금도 5000만원만 투자하면 한 달에 120만원씩 나온다,가만히 누워 있기만 해도 살이 빠진다,몇알만 먹으면 'S'라인 몸매로 만들 수 있다는 광고가 끊이지 않는다.

그러나 뭐든 쉬운 일은 없다. 은행 정기예금 금리가 연 3% 안팎인데 연 20~25% 수익이 가능하다면 누가 은행에 저금하고 단 1%라도 더 받자고 발품을 팔 것인가. 감언이설에 넘어가는 건 말하는 사람의 수완이 워낙 그럴 듯해서일 수도 있지만 욕심 때문인 수도 적지 않다.

상식적으로 가능하지 않은 일인데도 불구,믿고 싶은 대로 믿었다가 돌이킬 수 없는 상태에 이르는 셈이다. 주식 투자로 돈을 벌려면 시장 흐름을 정확하게 읽고 기다릴 줄 알아야 하고, 아름다운 몸매를 만들려면 적게 먹고 운동해야 한다. 혹시나 하는 미련은 자칫 미련함으로 끝나기 십상이다.

박성희 수석논설위원 psh7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