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증시가 펀드 환매와 경기 둔화 우려 등의 여파로 하락 마감했다. 다만 코스피 지수는 1770선 수성에 성공했다.

29일 국내증시는 숨고르기 장세를 이어갔다. 28일(현지시간) 미국 증시 하락과 함께 펀드환매 기조가 이어지면서 코스피 및 코스닥 시장에서 투신권 매물이 출회됐다.

코스피 지수는 전날보다 2.59포인트(0.15%) 내린 1770.88로 장을 마쳤다.

이날 지수는 미국 경제지표 부진과 FRB(연방준비제도이사회)의 경기 전망 둔화 평가 등에 따른 미국 증시 하락의 영향을 받아 약보합권에서 출발했다.

이후 보합권에서 오르락 내리락하는 형세를 이어가던 지수는 장 후반 내림폭을 다소 키워 1770선 아래로 밀려나는 듯 했다. 그러나 오후 들어 확대된 프로그램 매수세 등에 힘입어 전날 2년여 만에 회복한 1770선을 지켜냈다. 장중 최고치와 최저치의 폭은 9포인트에 불과했다.

장중 1770선을 중심으로 수급주체들간 공방이 펼쳐졌다. 외국인은 1088억원어치 주식을 순매수한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장중 다소 엎치락뒤치락하는 흐름을 보였으나 화학, 금융, 보험, 은행 등에 대해 매수 우위를 나타내며 7거래일 연속 순매수 기조를 이어갔다.

기관은 203억원 매도 우위로 장을 마쳤다. 펀드 환매로 인해 투신권이 748억원 매도 우위를 나타냈고, 연기금은 452억원어치 주식을 순매수했다. 개인의 경우 782억원어치 주식을 순매도했다.

장 후반 베이시스 개선과 함께 프로그램 매수세가 유입됐다. 차익거래는 1341억원, 비차익거래의 경우 1658억원 순매수를 기록, 전체 프로그램은 2999억원 매수 우위로 장을 마감했다.

업종별로 보험, 기계, 음식료, 화학, 유통, 통신, 은행 등이 상승했다. 제조, 운수장비, 의약품, 철강금속 등은 하락했다.

전기전자업종의 경우 외국인과 기관이 동반 '팔자'를 나타내며 전 업종 가운데 가장 큰 폭으로 하락했다. 수요 둔화 우려 등의 여파로 LG디스플레이가 4% 넘게 빠졌고, 삼성전자, LG전자, 하이닉스, 삼성전기 등이 하락했다.

보험업종이 저평가 매력 부각과 실적 기대를 바탕으로 오름세를 보였다. 삼성생명은 장중 한때 공모가 11만원을 회복하기도 했다. 삼성화재, 대한생명, 동부화재 등이 1∼3%가량 올랐다.

외국인 매수세가 유입되며 화학업종이 상승했고, 이 가운데 LG화학은 코스피 시장 시총 5위(27일 종가 기준 7위)에 올라섰다. 강보합세를 나타낸 한국전력은 7위로 떨어졌다.

이날 실적을 발표한 기업들은 다소 엇갈리는 흐름을 보였다. 현대차는 2분기 깜짝 실적을 발표했음에도 불구하고 약보합세를 기록했다. 반면 두산인프라코어는 2% 상승 마감했다. SK텔레콤은 컨센서스(증권사 전망치 평균)를 소폭 밑돈 실적을 내놓았으나 무난한 실적이라는 평가와 함께 오름세로 장을 마쳤다.

이날 코스피 시장에서는 상한가 14개를 포함한 324개 종목이 올랐고, 하한가 3개 등 465개 종목이 내렸다. 83개 종목은 보합을 기록했다.

코스닥 지수 역시 하락세로 장을 마감했다. 장중 반등을 시도했으나 3거래일 연속 내림세를 이어간 것이다.

코스닥 지수는 전날 대비 4.19포인트(0.86%) 내린 482.56을 기록했다.

이날 코스닥 시장에서는 개인만이 650억원 순매수를 기록했다. 외국인과 기관은 각각 143억원, 430억원씩 매도우위를 나타냈다. 기관 중에서는 투신권이 240억원 어치를 순매도 하면서 '팔자'세를 주도했다.

미국의 경기둔화 우려에도 불구하고 이날 코스닥 시장은 개인들의 저가매수세에 힘입어 상승세로 출발했다. 장중 488.82까지 상승하기도 했다.

그러나 코스피 시장의 약세와 함께 아시아 주요 증시의 하락세에 맥을 못추고 결국 하락세로 돌아섰다. 한 때 482.14까지 떨어지기도 했다.

시가총액 상위종목들의 경우 등락이 엇갈렸다. CJ오쇼핑은 인도시장에 진출한다는 기대감에 3%대 오르면서 시총 4위 자리를 회복했다. 네오위즈게임즈는 하반기 실적 기대를 바탕으로 3%대의 상승했고 태광은 3분기에 흑자전환이 예상된다는 분석에 5% 넘게 뛰었다.

이날 눈에 띈 테마는 4대강이었다. 이재오 한나라당 후보가 재보궐선거에서 승리하면서 4대강 관련주들이 장중 내내 강세를 보였다. 동신건설, 이화공영이 상한가를 기록했고 특수건설, 홈센타, 삼목정공, 울트라건설 등이 오름세로 장을 마쳤다.

전기자동차 시판에 대한 기대로 AD모터스, CMS 등 관련주들이 상승했다. 아큐텍반도체, 하나마이크론, 바른전자, 아토 등 IT 부품주들은 급락세를 나타냈다.

코스닥 시장에서 상한가 종목은 134개, 상승종목은 324개를 기록했다. 하한가 4개를 비롯, 569개 종목은 하락했다. 95개 종목은 보합세로 장을 마쳤다.

연일 고점을 돌파하던 지수선물은 5거래일 만에 하락했다. 코스피200지수선물 9월물은 전날보다 0.45포인트(0.19%) 내린 232.35로 장을 마감했다.

미국 증시 하락의 여파로 아시아 주요 증시는 혼조세를 보였다. 이날 일본 닛케이225지수가 0.59% 내린 반면 대만 가권지수는 0.18% 올랐다. 오후 2시35분 기준 중국 상하이종합지수와 홍콩 항셍지수는 각각 0.63%, 0.02% 상승세다.

이날 국내증시 하락과 함께 원·달러 환율은 오름세를 나타냈다. 원·달러 환율은 0.19% 오른 1186.40원 기록, 이틀째 상승했다.

한경닷컴 김하나·오정민 기자 bloom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