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정위기로 궁지에 몰린 유럽이 새로운 수입원으로 '온라인 도박'이라는 카드를 뽑아들었다.

뉴욕타임스(NYT)는 유럽 각국 정부가 온라인 도박의 합법화를 통해 세수 증대를 기대하고 있으며 미국도 동참하는 추세라고 29일 보도했다.

유럽에선 그동안 정부가 독점해온 카지노와 복권 사업을 보호하기 위해 온라인 사행산업을 규제했다. 그러나 기존 카지노 고객들이 인터넷으로 포커나 스포츠 내기를 즐기기 시작하자 정부들도 입장을 바꿨다. 고수익 시장을 '떳떳한 디지털 경제'로 끌어들여 과세와 규제를 하겠다는 것이다.

프랑스는 지난달 민간 사업자의 온라인 도박 사이트 운영을 허용했다. 4년 전 프랑스를 방문한 포르투갈의 온라인 도박 사이트 '비윈' 경영진을 체포한 것과는 대조되는 행보다.

덴마크도 지난달 온라인 도박을 합법화하는 법안을 통과시켰고 그리스도 곧 비슷한 법안을 제출할 계획이다. 스위스 스페인 독일도 동참 의사를 밝히자 유럽연합(EU)은 올해 말까지 이 문제를 공론화하기로 했다.

정부가 온라인 도박에 일일이 세금을 매길 경우 매년 수십억달러의 재정수입 확보가 가능하다고 NYT는 분석했다. 프랑스 카지노업계는 몇 년간 수익률이 두 자릿수 떨어졌으며 영국 정부의 맨체스터 슈퍼카지노 계획은 백지화되는 등 유럽에서 전통 카지노 사업은 내리막 길을 걷고 있다.

반면 온라인 도박 시장은 급성장하고 있다. 컨설팅업체 H2갬블링캐피털은 올해 유럽의 온라인 도박 시장 규모가 125억달러로 전 세계(293억달러)에서 43%를 차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나 유럽 각국은 온라인 도박 허용에 대해 표면적으로는 '점잖은' 이유를 내세운다. 온라인 도박을 '양지'로 끌어내 규제함으로써 중독 등 부작용을 예방할 수 있다는 것이다. "국영 카지노의 독점을 풀라"는 EU의 압박도 이유로 든다.

미국도 온라인 도박에 대해 긍정적으로 돌아섰다. 미 재정서비스위원회(FSC)는 4년 전 의회를 통과했던 온라인 도박 금지법을 폐지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고 NYT가 전했다. 공화당의 반대가 예상되지만 인터넷 도박을 금지해 음지에 두는 것보다 합법화해 세수를 걷는 것이 더 이득이라는 주장에 힘이 실리고 있다.

김정은 기자 likesmil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