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은 29일 청와대에서 열린 비상경제대책회의에서 "중소기업의 고질적 인력난을 시급히 해결하는 것이 당면 과제"라며 "우선 외국인 근로자 도입 쿼터를 예년 수준으로 조속히 늘리라"고 지시했다.

내국인의 3D업종 기피현상이 심한 상황에서 외국인 근로자 공급마저 줄어들어 중소 제조업체들이 인력난에 시달리고 있다는 판단에 따른 지시라는 분석이다. 외국인 근로자 도입 쿼터는 외국인력이 무분별하게 들어와 국내 청년노동시장을 잠식하는 것을 막기 위해 정부가 매년 도입 규모를 제한하는 제도다.

고용노동부는 이에 따라 30일 외국인력수급정책위원회를 열어 외국인 근로자 추가도입 규모를 확정하기로 했다. 고용부는 올해 2만4000명인 외국인 근로자 쿼터보다 1만명 정도 늘려 지난해 쿼터인 3만4000명 수준을 맞추는 방안을 검토할 방침이다.

고용부에 따르면 현재 인력수급 불균형이 심각한 부문은 이른바 'E-9'이다. 베트남,태국,스리랑카 등 15개국에서 취업을 위해 입국하는 근로자들을 말한다. 외국인 근로자는 크게 일반 외국인 근로자(E-9)와 외국국적 동포(H-2)로 나뉜다. H-2는 중국과 옛 소련 지역 동포들을 말한다. 내국인과 의사소통이 가능하고 여성인력이 많아 대부분 음식점,간병인,가사도우미 등 서비스업에 종사하고 있다. 이들의 제조업체 종사비율은 14.2%에 불과하다.

반면 E-9은 88.9%가 제조업에 종사하고 있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국내에 거주하는 E-9 비자 소지자는 15만9514명,H-2 소지자는 30만385명이다.

최근 중소 제조업체들의 인력난은 해마다 외국인력 도입규모가 줄고 있기 때문이다. E-9은 신규 도입규모가 2008년 7만명에서 지난해에는 1만7000명으로 급감했다. 올해는 제조업 인력난을 덜기 위해 작년 대비 7000명 늘어난 2만4000명으로 확정했지만 중소기업중앙회가 올해 초 현장의견을 수렴해 고용부에 건의한 4만2000명의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

더욱이 2만4000명이 모두 입국해도 국내 체류 외국인 근로자 수는 늘어나지 않는다. 불법체류자로 적발돼 매년 본국으로 송환되는 외국인 근로자 1만명과 체류기한 만료로 귀국하는 1만4000명을 감안하면 실제 증가 인원은 '제로(0)'라는 게 고용부 설명이다. 내국인 일자리를 외국인이 잠식하는 것을 막기 위해 체류인원을 동결 수준에 맞추고 있다.

이로 인해 중소기업에 필요한 E-9 인력은 2008년에는 15만6429명까지 늘었다가 지난해 15만1800명,올해는 15만명 수준으로 점차 줄어드는 추세다. 외국국적의 동포인 H-2 신규 도입 쿼터 역시 2007년과 2008년 각각 6만명에서 지난해에는 1만7000명으로 줄더니 올해는 아예 한 명도 없는 실정이다.

최진석 기자 isk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