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기금이 한국전력 주식을 연일 사들이고 있다. 보유한도가 확대된데다 한국전력 주가가 바닥권에 머물고 있다는 판단 때문으로 풀이된다.

2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연기금은 지난 16일부터 전날까지 9거래일 연속 한국전력 주식을 매수했다. 이 기간 연기금이 사들인 한국전력 주식은 297만9703주로, 투입한 자금은 973억원에 이른다.

특히 금융위원회가 국민연금에 대한 한국전력 1인 보유한도 예외 적용 방안을 승인한 지난 21일 이후 매수 규모가 더욱 확대되고 있다. 금융위측의 승인으로 3%로 묶여 있던 국민연금의 취득한도가 5%로 확대됐다.

신민석 대우증권 애널리스트는 "보유한도가 5%로 확대되면서 그동안 한국전력 주식을 사지 못했던 아웃소싱 펀드에서 주식을 담는 것 같다"며 "전기 요금인상 얘기도 나오고 있어서 바닥심리가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정부가 다음달부터 전기요금을 3%대 인상키로 확정했다는 점도 당초 기대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긍정적이다. 향후 전기요금 연동제의 도입도 불가피할 전망이다.

신 애널리스트는 "한국전력은 국내 원자력 발전 도입과 해외 진출을 위해서 자금 조달이 필요하지만 최근 2년 연속 적자를 기록하고 2010년도 적자가 불가피할 전망"이라며 "장기적으로 해외 진출을 위해서는 안정적인 재무구조가 필요해 전기요금 현실화를 위해서 2011년 전기요금 연동제 도입이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요금 인상에 대한 기대 뿐만 아니라 원·달러 환율 하락에 따른 수혜도 기대되고 있다. 그는 "한국전력의 연간 연료비는 15조원 정도되는데 석탄, LNG 등 대부분이 환에 노출돼 있다"며 향후 원화 강세에 따른 수혜도 가능할 것으로 내다봤다.

그동안 한국전력 편입 비중을 낮췄던 기관들도 한국전력의 주가 상승으로 재편입에 나설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한 외국계 증권사 관계자는 "펀드들이 포트폴리오에서 한전을 비워논 상태"라며 "바닥권에 있는 한국전력 주가가 환율하락, 전기요금 인상으로 상승세를 나타내게 되면 펀드들의 재편입 수요가 뒤따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경닷컴 정형석 기자 chs879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