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사회에는 자화자찬을 하면 팔불출이라는 편견이 존재해 왔다. 유달리 겸손을 강조하는 문화를 가진 우리나라는 자랑에 매우 인색한 경향이 있다. 겸손이라는 덕목을 전면에 내세웠지만 솔직히 자랑하는 사람을 축하해 주거나 나보다 나은 점을 배우려는 순수한 마음보다 남이 잘된 것에 대한 질투심 내지는 나보다 잘한 것에 대한 열등감이 앞서기 때문은 아닐까.

이제부터라도 과감하게 이러한 고정관념과 질투심에서 벗어나야 한다. 현대는 자기 PR 시대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상품,서비스,기업 이미지 등을 알리는 광고의 홍수 속에 살고 있고,심지어 정부도 다양한 캠페인을 통해 적극적으로 정책을 홍보한다. 어떠한 방법을 통해서라도 자기를 알리고 자랑해야만 살아남는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개인도 예외일 수 없다. 과감하게 자기가 이룬 업적에 대해 알리고 그 과정을 통해 평가를 받고 개선의 길을 모색하는 것이 당연하다. 그럼에도 우리는 입사지원서 정도에서나 자기 PR을 접할 수 있을 뿐 아직도 일상 속에서의 자기자랑을 어색해하고 금기시한다.

필자가 몸 담고 있는 회사의 직원들 역시 자랑하기에 익숙하지 않다. 그래서 얼마 전부터 전 임직원이 참여하는 '笑通(미소로 통하는)의 場'을 마련하고 그 안에 자화자찬 코너를 만들어 운영하고 있다. 자랑을 통해 자신감이 생긴다고 보고 전 직원을 대상으로 자기자랑을 마음껏 할 수 있는 자리를 신설한 것이다. 우리 회사의 직원이라면 누구든지 1년에 한번 이상은 자발적으로 자랑거리를 공개하도록 했다. 매월 동료들의 심사로 최고의 자랑거리를 선정하고 연말 결선 진출자에게는 푸짐한 상품도 줄 예정이다.

거창하거나 위대한 자랑거리를 찾기 위해 부담을 가질 필요는 없다. 남성 인권을 주장하는 모 개그코너의 슬로건처럼 '여자 친구에게서 밥을 얻어 먹었다','5㎏ 감량에 성공했다','아들 성적이 이번 시험에서 10등이나 올랐다' 등등.모두 직원들이 공개한 내용들이다. 대부분 일상생활에서 마주하는 소소한 일들이다. 이렇게 생각을 조금만 바꿔 세상을 바라보면 우리 삶 자체가 즐겁고 자랑할 것 천지다.

자랑거리를 찾다 보면 자신이 얼마나 행복한 사람인지 알게 된다. 또 긍정적인 태도로 살아갈 수 있는 힘이 된다. 남이 자랑하는 것을 보면 나도 저렇게 해서 칭찬을 듣고 싶다는 동기가 생기고 뭔가를 자랑하기 위해 목표를 세우고 실천하겠다는 의지가 강해질 수 있다. 또 서로 칭찬하는 문화가 자연스럽게 퍼져 조직의 화합을 이끌어 낼 수도 있다.

자랑은 모범의 산물이요,노력의 산물이고 자기와의 싸움에서 이긴 결과물이다. 결코 겸손이라는 가치와 비교해 과소평가해서는 안 되는 이유다. 자화자찬은 개인 발전의 또 다른 모티프가 될 수 있고 궁극적으로는 사회발전의 밑거름이 될 것이다.

유흥수 LIG투자증권 사장 hsyu7114@ligstock.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