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16개 시도 가운데 이번 6.2 지방선거에서 진보 성향 교육감을 배출한 지역은 서울(곽노현), 경기(김상곤), 광주(장휘국), 전북(김승환), 전남(장만채), 강원(민병희) 등 6곳이다.

대부분 친(親) 전교조 성향인 이들 교육감은 기본적으로 경쟁을 지향하는 현 정부의 교육 정책에 반대하는 입장을 갖고 공조를 취하면서도 취임 후 지난 한달 간 실제 업무를 수행하는 과정에서는 각자의 전략과 개성에 따라 서로 다른 행보를 보여 눈길을 끌었다.

이 중 뜨거운 논란의 중심에 서 있는 인물은 단연 곽노현 서울시교육감이다.

대한민국 수도의 교육을 책임지는 자리에 있는 만큼 영향력이 막강한데다 그가 보여온 언행도 기존의 관행을 뒤엎는 파격적인 것이어서 연일 화제가 되고 있다.

특히 그는 대표적인 친 전교조 교육감으로 꼽혀왔으나 정착 취임 후에는 진보 진영과 다소 거리를 두는 듯한 태도를 보여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지난 13~14일 시행된 학업성취도 평가와 관련해서는 평가 의무화를 주장하는 정부 당국과 평가 거부를 주장하는 전교조 사이에서 명확한 지침을 내리지 않아 전교조로부터 `진보 교육감의 정체성을 포기하려 한다'는 비난까지 들었다.

곽 교육감의 이런 애매한 태도 때문에 학교 현장에서는 `시험을 보란 것인지, 말라는 것인지' 혼란스럽다는 지적이 터져나왔고 영등포의 한 고교에서는 한 반 학생 전원이 시험을 거부하는 사태가 벌어지기도 했다.

서울시교육청은 재감사까지 벌인 끝에 이 학교 교장, 교감, 담임교사에게 경징계를 내리는 것으로 결론지었다.

최근 갑작스레 발표해 논란이 되고 있는 체벌금지령의 경우 지난 10여 년간 교육계에서 찬반양론이 매우 민감하게 대립해온 사안임에도 충분한 의견수렴 없이 한두 시간 만에 급조했다는 얘기가 나오는 등 `좌충우돌'하는 모습도 보였다.

반면 김승환 전북교육감과 민병희 강원도교육감은 취임 초부터 줄곧 확실한 `진보색'을 드러내며 정부와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학업성취도 평가만 해도 곽 교육감이 애매한 태도로 진보 진영의 비판을 받았던 것과 달리 김승환, 민병희 교육감은 `학생들을 줄세우기 위한 일제고사'라고 주장하며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정부와의 대립 구도 속에서 `이심전심으로' 정책적 연대를 꾀하는 것으로 알려진 두 사람은 학업성취도 평가가 시행되기 전 관내 학교에 "시험 미응시 학생들을 위한 대체 프로그램을 마련하라"는 공문을 똑같이 내려 보내 교과부와 마찰을 빚기도 했다.

교원평가제 역시 곽 교육감은 "개선이 필요하지만 평가 자체를 거부하지 않는다"는 입장인 반면 김승환 교육감은 `교원평가제 거부'를 주장하며 교육감 권한으로 관련 규칙 폐지까지 추진하고 있다.

그런가 하면 진보 교육감의 `원조'격으로 재임에 성공한 김상곤 경기도교육감은 지난 임기 중 정부와 사사건건 대립각을 세웠던 것과는 대조적으로 이번에는 정부와의 투쟁에서 한발 물러서 진중한 자세를 취하고 있는 모습이다.

특히 지난해에는 시국선언에 참여한 전교조 교사들의 징계를 유보한 혐의(직무유기)로 교과부 장관으로부터 고발까지 당하는 전례 없는 기록을 남겼으나 27일 열린 1심 공판에서 무죄 판결을 받았다.

이로 인해 그동안 각종 교육정책 추진을 놓고 교과부와 벌였던 힘겨루기에서 유리한 위치를 점할 수 있게 됐다.

김 교육감뿐 아니라 진보 진영 전체의 목소리에 한층 힘이 실릴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장만채 전남교육감과 장휘국 광주시교육감 당선자도 다른 진보 교육감에 비해 상대적으로 조용한 행보를 보이고 있다.

장만채 교육감은 당선 직후 교육청 일부 간부들이 축하금을 들고온 사실을 폭로한 이른바 `돈 봉투 사건'으로 주목을 받기도 했지만 그 이후에는 이렇다 할 논란거리를 만들어 내지 않고 있다.

학업성취도 평가에서도 정부 지침대로 시험 대체 프로그램을 일절 인정하지 않는 등 직접적인 마찰을 피하며 비교적 신중한 처신을 하고 있다는 평가다.

(서울연합뉴스) 이윤영 기자 yy@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