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천안함 공격에 대한 제재 차원에서 북한의 해외 돈줄을 죄는 조치를 속속 마련하고 있다. 다음 주 관련 전문가를 한국에 파견해 공조하고 북한이 설립한 해외 유령회사를 색출하는 작업에도 착수했다. 미국의 대북 금융제재는 3단계로 이뤄질 전망이다.

27일 외교소식통에 따르면 대니얼 글레이저 미국 재무부 테러금융 · 금융범죄 담당 부차관보가 대북 금융제재를 총괄하는 로버트 아인혼 국무부 북한 제재조정관과 함께 내주 초 방한한다. 글레이저 부차관보는 2005년 9월 마카오 방코델타아시아(BDA) 은행의 북한자금 2400만달러를 불법 자금으로 규정하는 작업을 주도했다.

외교소식통은 "글레이저 부차관보가 방한 기간 중 기획재정부와 금융감독 당국자들과도 만날 것"이라며 "그는 북한의 불법 행위와 관련한 정보 및 금융거래 자료를 공유하고 향후 협력 방안을 모색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아인혼 조정관이 이끄는 제재전담팀에는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와 국방부,재무부 등 관련 부처 관계자들이 참여할 것으로 전해졌다.

필립 크롤리 국무부 공보담당 차관보는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미국 정부가 북한과 관련된 100여개 이상의 불법 은행 계좌를 정밀 추적하고 있다'는 보도에 대해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겠다"면서도 "우리가 주의깊게 살펴보는 것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우리는 북한이 현재의 제재를 회피하기 위해 만든 위장회사들을 찾아내고 있다"면서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이 언급한 대로 추가적인 조치를 취할 것이며, 2주 내에 입장을 밝힐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미국 정부는 불법 행위가 확인된 북한 기관과 개인을 제재 대상으로 지정하는 새로운 행정명령 초안을 이미 작성해 마지막 검토 작업을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워싱턴의 고위 소식통은 "대북 금융제재가 △제재 대상 지정 △제재 대상 북한 기관이나 개인과 거래하는 제3국 금융기관에 해당 명단 통보 및 거래 중단 권고 △제3국 금융기관의 비협조시 미국 금융기관과 이들 제3국 금융기관 간의 거래 중단 등 3단계로 이뤄질 것"이라고 밝혔다.

이 소식통은 "예를 들어 미국의 씨티은행이나 뱅크오브아메리카가 중국의 상하이은행이나 뱅크오브차이나와의 거래를 중단하면 중국으로서는 큰 부담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또 북한 관련 계좌가 대부분 중국과 동남아 등 아시아에 집중돼 있다고 덧붙였다.

워싱턴=김홍열 특파원/장성호 기자 com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