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반대' 애인母 살해범 "살면서 갚겠습니다"

여자친구 어머니 살해범, 담담하게 인질극 재연

결혼에 반대하는 여자친구의 어머니를 살해하고 인질극을 벌이다 구속된 박모(25)씨가 27일 담담하게 범행을 재연했다.

이날 오전 10시30분 서울 중랑구의 한 아파트 앞. 경찰 승합차에서 포승줄에 묶인 박씨가 내렸다.

박씨는 흰색 마스크를 끼고 챙이 긴 야구모자를 눌러썼다.

경찰 통제선 뒤쪽에 모여 있던 주민 중 한 명이 "모자 떼"라고 소리를 지르자 박씨는 고개를 숙였다.

박씨는 쏟아지는 질문에 "죄송하다"는 말만 되풀이하다 "속죄하는 마음으로 살겠다"고 답했다.

그는 "미안하고 죄송합니다.살면서 죄를 갚겠습니다"라며 피해자 가족에게 용서를 구했다.

현장검증은 박씨가 여자친구 집 현관 초인종을 누르는 장면부터 시작했다.

택배기사를 가장한 박씨에게 속아 여자친구 어머니 송모(49)씨가 문을 여는 순간 박씨는 왼손에 흉기를 든 채로 오른팔로는 송씨를 밀치며 집안으로 들어갔다.

박씨는 송씨와 몸싸움을 벌이다 흉기로 송씨의 오른팔을 찌르는 장면과 여자친구 김모(26)씨의 손과 발에 수갑을 채우는 것까지 범행 순간을 재연했다.

그는 이어 송씨의 맥박을 짚어보고는 심장 고동소리와 숨소리를 들어보며 송씨가 숨진 것을 확인하는 장면을 태연하게 행동에 옮겼다.

경찰은 박씨가 송씨의 시신을 안방 침대에 눕히고 이불을 덮어주는 장면까지만 공개하고 나머지 현장검증은 비공개로 진행했다.

약 10분 뒤 현장검증이 끝나고 아파트 밖으로 나온 박씨는 쏟아지는 플래시 세례를 받으며 경찰 승합차에 올라타 현장을 빠져나갔다.

박씨는 23일 오후 4시께 흉기와 수갑 3점을 준비한 채 여자친구 집을 찾아 송씨를 살해하고 약 10시간 동안 인질극을 벌였으나 김씨의 설득으로 경찰에 자수했다.

경찰은 26일 밤 박씨를 살인 및 특수감금 혐의로 구속했다.

(서울연합뉴스) 김승욱 기자 kind3@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