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지옥 길'은 선의로 포장돼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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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기영합 서민 지원은 시장 역행
무분별한 기업 압박 되레 부작용
무분별한 기업 압박 되레 부작용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 제도는 카터 정부 시대에 등장했다. 하지만 이 제도의 시행이 본격화된 것은 클린턴 정부 때였다. 클린턴 정부는 무주택자들의 초기 대출 납입금이나 거래비용을 보조하는 정책까지 실행하기도 했다. 뒤이어 등장한 부시 행정부는 '오너십 사회(ownership society)'라는 캐치프레이즈까지 들고 나왔다. 능력이 부족해도 주택 하나는 있어야 한다는 접근이었던 셈이다.
사실 이런 정책의 장점은 상당하다. 서민계층의 자산보유를 촉진해 이들이 책임 있는 사회의 구성원으로 자리매김하는 데 성공한다면 이는 정말 좋은 일이다. 문제는 이들이 자신의 능력을 훨씬 벗어난 수준의 대출을 받아 집을 장만했지만 곧이어 집값이 하락하면서 원금과 이자 상환이 불가능해졌다는 점이다.
서브프라임이 무엇인가. 우량등급, 즉 '프라임(prime)' 앞에 '아래'라는 뜻의 '서브(sub)'라는 접두사가 붙어서 만들어진 단어이다. 자금상환능력이 떨어지는 경제적 약자라는 의미까지 포함했다고 볼 때 우리말 표현에서 조금 과장한다면 서민등급이라고 번역될 수도 있다. 이처럼 서브프라임 사태는 경제적 약자인 서민에게 금융지원을 촉진해 주택 소유를 가능하게 해주자는 아름다운 목적에서 출발했다.
그러나 지금은 어떤가. 금융위기가 실물위기와 재정위기로 확산되면서 전세계 국가에서 수많은 서민들이 위기의 와중에서 신음하고 있고 주택소유율은 오히려 하락하고 있다. 미국의 '친서민' 정책이 '반서민'적 결과로 이어진 것을 보며 '지옥에 이르는 길은 선의로 포장돼 있다'는 말을 새삼 떠올리게 된다.
서민을 위한 정책 시행은 너무나도 옳은 방향이다. 관건은 방법이다. 전략을 정말 고민해야 하는 것이다. 당장이야 필요한 자금을 저금리로 대출해주면 그것만큼 고마울 것이 없다. 그러나 그 자금으로 벌이는 사업이 성공한다는 보장은 없다. 만일 실패해서 원금과 이자를 못 갚는다면 그 책임을 누가 지나. 안타까운 일이지만 신용등급이 우량하지 못한 가계에의 대출금리는 원금훼손예상액만큼 높아질 수밖에 없다.
금리는 자금이라는 물건에 대한 가격이다. 그런데 물건 값이 제대로 책정되지 못하면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우리는 너무도 잘 알고 있다. 과자가격의 적정한 인상을 금지하면 과자 봉지안의 네모난 과자조각이 동그란 원형으로 변한다. 모서리만큼 과자의 양이 줄어드는 것이다. 가격을 통제하면 수량이 감소한다. 금리를 문제 삼으면 대출자금이 줄면서 대출 못 받는 사람이 늘어난다. 물론 담합 등 불공정행위 가능성은 공정거래 및 금융감독 차원에서 '지속적이고 상시적인' 감독과 감시를 통해 차단돼야 한다.
이 문제를 포함,최근 대기업들에 대한 비판이 여러 각도에서 이어지고 있다. 물론 기업들도 비판의 여지가 있는 부분은 겸허히 수용해야 할 것이다. 소비자,그리고 납품이나 하청관계로 얽힌 중소기업들에 최선을 다했는지 자문해보아야 한다. 그러나 대기업의 이익 증가가 중소기업과 근로자에 대한 착취의 결과라는 식의 도식적 이해는 글로벌 경제 시대에 어딘가 어색한 측면이 있다. 또한 대기업의 이익 증대는 이들 기업의 주식을 직 · 간접적으로 보유한 수많은 주주들에게는 반가운 일이다.
국민 정서를 자극하는 지나친 '대기업 때리기' 분위기는 자제돼야 한다. 이들 덕분에 우리가 글로벌 금융위기를 조기에 극복하고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위의 경제성장률을 자랑할 수 있게 된 것 아닌가. 서민을 위한다며 기업을 압박하다 부작용이 생기면 결과적으로 서민에게 해가 될 수도 있음을 감안해야 한다. '말을 물가로 끌고 갈수는 있지만 물을 마시게 할 수는 없다'는 속담이 와닿는 요즈음이다.
윤창현 서울시립대 교수·경영학
사실 이런 정책의 장점은 상당하다. 서민계층의 자산보유를 촉진해 이들이 책임 있는 사회의 구성원으로 자리매김하는 데 성공한다면 이는 정말 좋은 일이다. 문제는 이들이 자신의 능력을 훨씬 벗어난 수준의 대출을 받아 집을 장만했지만 곧이어 집값이 하락하면서 원금과 이자 상환이 불가능해졌다는 점이다.
서브프라임이 무엇인가. 우량등급, 즉 '프라임(prime)' 앞에 '아래'라는 뜻의 '서브(sub)'라는 접두사가 붙어서 만들어진 단어이다. 자금상환능력이 떨어지는 경제적 약자라는 의미까지 포함했다고 볼 때 우리말 표현에서 조금 과장한다면 서민등급이라고 번역될 수도 있다. 이처럼 서브프라임 사태는 경제적 약자인 서민에게 금융지원을 촉진해 주택 소유를 가능하게 해주자는 아름다운 목적에서 출발했다.
그러나 지금은 어떤가. 금융위기가 실물위기와 재정위기로 확산되면서 전세계 국가에서 수많은 서민들이 위기의 와중에서 신음하고 있고 주택소유율은 오히려 하락하고 있다. 미국의 '친서민' 정책이 '반서민'적 결과로 이어진 것을 보며 '지옥에 이르는 길은 선의로 포장돼 있다'는 말을 새삼 떠올리게 된다.
서민을 위한 정책 시행은 너무나도 옳은 방향이다. 관건은 방법이다. 전략을 정말 고민해야 하는 것이다. 당장이야 필요한 자금을 저금리로 대출해주면 그것만큼 고마울 것이 없다. 그러나 그 자금으로 벌이는 사업이 성공한다는 보장은 없다. 만일 실패해서 원금과 이자를 못 갚는다면 그 책임을 누가 지나. 안타까운 일이지만 신용등급이 우량하지 못한 가계에의 대출금리는 원금훼손예상액만큼 높아질 수밖에 없다.
금리는 자금이라는 물건에 대한 가격이다. 그런데 물건 값이 제대로 책정되지 못하면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우리는 너무도 잘 알고 있다. 과자가격의 적정한 인상을 금지하면 과자 봉지안의 네모난 과자조각이 동그란 원형으로 변한다. 모서리만큼 과자의 양이 줄어드는 것이다. 가격을 통제하면 수량이 감소한다. 금리를 문제 삼으면 대출자금이 줄면서 대출 못 받는 사람이 늘어난다. 물론 담합 등 불공정행위 가능성은 공정거래 및 금융감독 차원에서 '지속적이고 상시적인' 감독과 감시를 통해 차단돼야 한다.
이 문제를 포함,최근 대기업들에 대한 비판이 여러 각도에서 이어지고 있다. 물론 기업들도 비판의 여지가 있는 부분은 겸허히 수용해야 할 것이다. 소비자,그리고 납품이나 하청관계로 얽힌 중소기업들에 최선을 다했는지 자문해보아야 한다. 그러나 대기업의 이익 증가가 중소기업과 근로자에 대한 착취의 결과라는 식의 도식적 이해는 글로벌 경제 시대에 어딘가 어색한 측면이 있다. 또한 대기업의 이익 증대는 이들 기업의 주식을 직 · 간접적으로 보유한 수많은 주주들에게는 반가운 일이다.
국민 정서를 자극하는 지나친 '대기업 때리기' 분위기는 자제돼야 한다. 이들 덕분에 우리가 글로벌 금융위기를 조기에 극복하고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위의 경제성장률을 자랑할 수 있게 된 것 아닌가. 서민을 위한다며 기업을 압박하다 부작용이 생기면 결과적으로 서민에게 해가 될 수도 있음을 감안해야 한다. '말을 물가로 끌고 갈수는 있지만 물을 마시게 할 수는 없다'는 속담이 와닿는 요즈음이다.
윤창현 서울시립대 교수·경영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