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위 3% 최고급 가죽만 취급…"로에베 제품에 아웃소싱은 없다"
스페인 수도 마드리드 남서쪽에 있는 '게타페 공단' 입구의 명품 가죽가방 브랜드 로에베(Loewe) 메인 공장.최근 KAIST EMBA(Executive MBA) 현장 탐방 코스로 찾은 이 공장에선 200여명의 장인들이 한창 가죽가방을 만들고 있었다. 이들은 평균 근속 연수가 30년에 달할 만큼 가방 제조의 '달인'들이다. 46년간 이곳에서 일한 카를로스 오베제로씨는 "14세 때부터 아버지를 따라 이 공장에서 가죽 가공기술을 배웠다"고 말했다.

154년 전에 설립된 로에베는 전 세계 21개국에서 143개 매장을 운영하는 글로벌 명품 브랜드다. 작년에는 미국 뉴욕의 고급 백화점인 '버그도프 굿맨'에도 입점했다. 국내에는 2000년 신세계백화점 본점에 첫 매장을 연 데 이어 지금은 롯데 에비뉴엘,갤러리아 웨스트,현대백화점 압구정본점 등에 12개 매장을 운영 중이다.

로에베는 명품의 조건으로 무엇보다 '품질 유지'를 내세운다. 카를로스 로페즈 로에베 공장장은 "로에베만의 트레이닝 프로그램을 통해 숙련된 장인들이 몇 세대에 걸쳐 이어지고 있다"며 "품질 유지가 명품 가방의 생명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재료인 가죽 원단 선택에서부터 철저하다. 로페즈 공장장은 "스페인에서 생산되는 양가죽 가운데 상위 3%의 최고급 가죽만을 원단으로 사용하고 있다"며 "그 원단 중에서도 제품을 만드는 데는 25% 정도만 쓴다"고 소개했다.

전 세계에 매장 수를 꾸준히 늘리면서도 생산량 증대를 위한 아웃소싱을 하지 않는다는 '독특한 경영철학'도 갖고 있다. 마르코 레돌피 로에베 커뮤니케이션 담당 임원은 "마드리드 공장과 바르셀로나 공장 등 단 두 곳에서만 제품을 만든다"며 "품질 유지를 위해 제품 디자인부터 가죽 선별 · 염색 · 가공 등의 전 공정을 한곳에서 모두 관리한다"고 말했다. 가죽 가공에 쓰이는 기계들도 공장에서 자체 생산하고 있다.

브랜드 관리에도 힘쓰고 있다. 1996년 루이비통모엣헤네시(LVMH)그룹에 인수됐지만,제품에 관한 한 창업주의 4세인 엔리케 로에베 린치 명예회장이 직접 관장하고 있다.

2000년대 들어선 새로운 명품 소비시장으로 떠오른 한국 등 아시아 시장 진출에도 적극적이다. 김이슬 로에베코리아 이사는 "가죽 제품의 명가로서 브랜드를 알리기 위해 이달부터 한국에서 '레더아이콘 컬렉션'을 선보이고 있다"고 소개했다.

마드리드=김일규 기자 black041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