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히 우리 어머니들은 갱년기를 맞아 신체적,정신적으로 많은 어려움을 겪곤 한다. 이런 마당에 늘 보살핌의 대상이던 자식마저 '나도 다 컸으니 알아서 하겠다'며 부모님의 관심을 오히려 귀찮아하기 일쑤다. 또한 아내 역시 조기 퇴직에 대한 불안감으로 힘들어 하는 남편에게 도움이 되지 못한다는 점을 안타까워한다. 만약 남편이 직장을 그만두고 쉰다면 살림살이가 곤란해지는 것은 물론 자신의 생활패턴이 큰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는 점도 걱정거리다. 아버지의 경우에도 신체적,정신적으로 한계를 느끼게 되고 환경변화에 따라 적응하는 것이 쉽지 않다.
어린이에서 청년으로 변해가는 시기인 '사춘기(思春期)'를 어떻게 보내느냐에 따라 청소년의 미래 모습에 큰 영향을 준다고 한다. 마찬가지로 장년층에서 중 · 노년층으로 바뀌는 변곡점의 시기를 갱년기 또는 '사추기(思秋期)'라고 한다. 부모 세대 또한 이 시기를 어떻게 보내느냐에 따라 노년기 삶의 질이 달라질 수 있다.
인생이 황혼기에 접어들면서 평생 일했던 현장을 떠나야 하는 중 · 노년층들은 외로움을 느끼게 되고 사소한 일에도 예민해질 수 있다. 그런데 사추기 부모가 있는 청년층의 대부분은 취업을 준비하고 있거나,직장에 들어갔다 해도 자기계발에 힘을 쏟아야 하고 결혼을 위한 금전적 준비를 하는 등 시간과 마음의 여유가 없는 경우가 많다.
그렇다 하더라도 사춘기 시절 부모님이 자신에게 특별한 관심과 애정을 표시했던 것처럼 이제는 사추기를 맞이한 부모님에 대해 관심을 보여야 할 때가 아닌가 한다. 영화표 두 장으로 두 분의 데이트 기회를 만들어 드리거나 월급날 인근 선술집에 부모님을 모신다든지 함께 산책하는 등 작은 관심 표현만으로도 부모님은 행복해할 것이다. 퇴출의 불안 속에 근무 중이거나 일자리가 없어 의기소침해진 우리의 아버지,돈 쓸 곳은 많은데 수입이 없는 상황에서도 살림을 꾸려가야 하는 어머니의 입장을 늘 안타깝게 생각해 부담을 덜어드리거나 작으나마 도움이 되고자 하는 것은 자식의 당연한 도리가 아닐까.
어느 자식이든 부모님을 사랑하지 않는 경우는 없겠지만 마음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부모님의 쓸쓸해하는 마음을 조금이나마 위로해 드리려는 작은 정성과 실천이 필요하다. 지금 당장 전화 한 통,짧은 문자 메시지 하나라도 보내드리는 것이 어떨까.
박천웅 스탭스 대표 cwpark@staff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