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는 반도체 호황이 한창이었던 2004년 11조7000억원의 연간 영업이익을 냈다. 아직까지 깨지지 않고 있던 사상 최고 기록이다. 삼성을 사상 최악의 경영위기로 몰아넣었던 '삼성공화국론'이 불거진 것은 바로 그 이듬해부터였다. 삼성이 정계와 관계,법조계 등에 광범위하게 영향력을 행사한다는 이른바 '삼성공화국론'이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제기된 것.이 사건은 김용철 변호사의 비자금 폭로사건으로 이어졌고 '반(反) 삼성' 정서가 사회 전반으로 확산됐다.

전문가들은 삼성의 사례를 대기업을 바라보는 사회의 시각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케이스라고 설명한다. 성과가 높은 기업이 질시의 대상이 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는 것.이는 "이익을 내는 대기업이 사회를 위해 더 많은 기여를 해야 한다"는 정치권의 포퓰리즘과 연결되면서 더욱 휘발성을 갖게 된다. 올해 그룹 차원에서 30조원 이상의 영업이익을 올릴 것으로 예상되는 삼성이 과거의 '악몽'을 떠올리며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는 것도 성공에 대한 견제심리가 온존하고 있는 것과 무관치 않다는 지적이다.

조일훈/송형석 기자 clic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