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구는 주거환경이 좋은 부자동네로 통한다. 하지만 강남구 주민들이 다른 서울 시민들보다 열악한 게 하나 있다. 여름 열대야에 가장 많이 시달린다는 점이다.

기상청이 21일 공개한 '서울 자치구별 열대야 발생 빈도' 통계를 보면 지난해 8~9월(총 61일) 동안 강남구는 20일간 열대야를 기록해 서울 25개 자치구 중 빈도가 제일 높았고 강북구가 8일로 가장 낮았다. 두 지역이 서울에서 각각 재산세 부과액 1등과 꼴찌를 차지하는 자치구라는 점을 떠올리면 조금 '묘한 인연'이다.

상위권을 더 살펴보면 강서구(20일)도 강남구와 똑같고 이어 동대문 · 용산 · 성동구(19일) 양천 · 중랑구(18일) 영등포구(17일) 순이었다. 반면 강북구와 도봉 · 구로 · 관악구(9일)는 북한산(10일)보다도 열대야가 뜸했다. 열대야는 오후 6시1분부터 다음 날 오전 9시까지 최저기온이 25도 이상일 때를 말한다.

인구와 건물이 밀집된 도시 중심부일수록 한낮의 열이 밤에도 식지 않아 덥다는 사실이 서울 안에서 다시 한번 입증된 셈이다. 최영진 기상청 응용기상연구과장은 "서울 안에서는 중심 지역을 따라 동서 방향으로 고온 지역이 분포돼 있다"며 "국지적인 지형이나 토지 이용 형태도 기온 편차에 영향을 미친다"고 설명했다.

과거 100년간 밤 기온 자료를 보면 열대야는 확실히 증가하고 있다. 1908~1917년 사이 열대야가 관측된 날은 12일에 불과했지만 1998~2007년에는 72일로 6배로 늘었다.

최근에는 열대야를 단순히 '잠못드는 밤' 정도로 가볍게 넘겨서는 안 된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노인이나 환자와 같은 폭염 취약계층의 건강에 심각한 위협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지구 온난화와 고령화가 동시에 진행되고 있어 관련 대책이 시급하다는 주장이다.

국립기상연구소가 1991~2005년 날씨와 1일 사망자 수의 상관관계를 분석한 결과 서울 최고기온이 30도를 넘으면 사망자가 늘기 시작했다. 1도씩 더워질수록 인구 1000만명당 사망률이 4.7명씩 증가했고 사망자 중 35%는 심혈관 질환자였다. 또 최고기온이 35도를 넘어가면 사망자 중 60대 이상 비중이 60%대에 달해 노인들의 피해가 컸다.

임현우 기자 tard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