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 절약' 관공서는 공무원들 무더위에 녹초

밤 기온이 25℃를 넘어서는 열대야 현상이 이어지자 시민들이 집에서 잠을 설치고 일터에서는 몰려오는 졸음을 참느라 고통스러운 나날을 보내고 있다.

상당수 직장인은 더운 날씨 탓에 충분한 수면을 취하지 못해 업무효율이 떨어진다고 호소하고 있다.

회사원 김지훈(32)씨는 20일 밤 눈꺼풀이 천근만근인데도 눈을 비비며 잠자리에서 일어나 욕실로 들어가 찬물로 샤워했다.

온몸에 땀이 흘러 도저히 잠을 잘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에어컨이 없는 김씨의 집에서 샤워는 미봉책에 불과했다.

자리에 누운 지 30분도 되지 않아 김씨의 몸이 다시 땀으로 젖었다.

결국, 새벽까지 뒤척이다 출근한 김씨는 21일 오전 인터넷 홈쇼핑으로 에어컨을 주문했다.

김씨처럼 열대야에 잠을 설친 직장인들은 종일 정신이 멍하고 일에 집중되지 않는다며 고충을 토로했다.

증권업계 종사자인 최지호(27)씨는 "업계 특성상 아침 7시까지 출근해야 하는데 밤에 잠을 설치면 업무시간에 눈이 침침하고 쉽게 피곤해진다"며 "요즘은 속옷 한 장도 입고 자기가 부담스러울 정도다"며 열대야를 원망했다.

짧은 점심때를 쪼개 쪽잠을 청하거나 아예 점심을 포기하는 직장인도 있다.

회사원 양주영(31)씨는 이틀째 부족한 잠을 보충하려고 점심때에 자가용 승용차에서 잠을 청하고 있다.

양씨는 "50분 정도 잠을 자고 회사 내 편의점에서 샌드위치를 사 먹고 사무실로 돌아간다.

배는 조금 고프지만, 사무실에서 조는 것보다는 낫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정부 차원의 에너지 절약운동에 동참하고자 에어컨을 잘 틀지 않는 공공기관에서 일하는 공무원들의 어려움은 일반 회사원보다 더 크다.

모 구청 공무원 김수영(35.여.가명)씨는 "에너지 절약도 좋지만 이렇게 더워서 업무 능률이 오르지 않는다.

집에서 잠을 설친 데다 직장까지 와서 땀을 빼고 나면 온몸의 진이 다 빠지는 느낌이다"고 딱한 사정을 하소연했다.

20일 저녁부터 21일 오전 7시까지 서울의 최저기온이 26.6도를 기록한 데 이어 당분간 내륙지방을 중심으로 열대야 현상이 계속될 것으로 예보돼 냉방시설을 갖추지 못한 서민들의 `더위와의 전쟁'은 한동안 이어질 전망이다.

(서울연합뉴스) 김승욱 기자 kind3@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