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과 함께 창의 경영] (10) 책에서 배운 공감·학습문화가 코스닥 상장 원동력
바이오 인프라기업인 서린바이오사이언스의 황을문 사장(58) 집 거실에는 소파가 없다. 소파에 누워 텔레비전이나 보며 빈둥거리다 잠드는 게 싫어서다. 대신 회의용 테이블을 갖다놨다. 그와 가족들은 이 테이블에서 책과 신문을 읽거나 대화를 나눈다.

황 사장은 1주일에 서너 권,한 달이면 14권을 읽는 독서광이다. 주중에 평균 2권,주말에 한두 권을 읽는다. 30년 이상을 그는 이렇게 해왔다. 1년 중 책을 읽지 않고 넘어가는 날이 손에 꼽을 정도다.

그는 "책은 특별히 시간을 내서 읽어야 하는 게 아니라 일상적 삶의 한 부분이 돼야 한다"고 강조한다. 또 단 한 줄이라도 책의 내용을 적용하고 실천할 때 저자와 공감을 이루고 지혜가 생겨 삶을 풍요롭게 만들 수 있다고 설명한다. 1995년 독서경영을 도입한 것도 이런 까닭이다.

"우리 회사는 임직원의 70%가 생화학 · 미생물 · 분자생물학 · 유전공학 등 자연과학 전공자라 인문학과 접목이 필요했어요. 영업이나 마케팅,고객감동,문화는 다 인문학에서 나오니까요. 또하나,우리 회사는 오퍼상으로 출발해 코스닥 상장 기업이 됐는데 '오퍼상의 양성소'라고 할 만큼 이직률이 높았습니다. 일을 배운 다음 나가서 오퍼상을 차리는 사람이 그만큼 많았죠.그래서 우리 회사만의 독특한 문화를 만들자고 생각했어요. "

교육 여건이 열악한 중소기업으로서 그가 선택한 것은 의무독서제였다. 지금도 서린바이오사이언스에 입사한 직원은 3개월 동안 12권의 필독서를 의무적으로 읽어야 한다. 회사가 선정한 200권의 필독서 목록 가운데 읽고 싶은 책을 정하면 회사에서 사준다. 직원들도 매주 한 권 이상 책을 읽어야 한다.

특이한 점은 독후감을 쓰지 않아도 된다는 것.독서토론도 하지 않는다. 강제성을 띤 독후감 쓰기나 토론은 직원들의 자발적 참여를 방해한다고 생각해서다. 대신 책을 읽으면서 감동받은 구절을 그대로 사내 게시판에 올리고 어떻게 업무에 적용할지에 대한 생각을 덧붙이는 독서발췌일기를 쓰게 한다. 지금까지 직원들이 이런 식으로 쓴 독서일기가 1만건에 육박한다.

그는 독서와 실천을 거듭 강조한다. 아무리 많은 책을 읽어도 실천하지 않으면 머릿속 지식에 그칠 뿐이기 때문이다. 그가 독서에서 얻은 지식을 실천해 독특한 기업문화로 정착시킨 것은 이런 까닭이다.

"사람들은 대부분 상대방이 하는 말을 2%밖에 받아들이지 못합니다. 나머지는 자기의 생각과 선입견에 따라 좋다 나쁘다,맞다 틀리다 판단하고 걸러서 받아들이죠.지식의 세계에는 틀린 게 있어도 삶에는 틀린 게 없습니다. 다른 게 있을 뿐이죠.이 '다름'을 인정하고 받아들일 때 상대방과 공감할 수 있고 상대방의 장점을 취해서 쓸 수 있습니다. 다름을 인정하는 데서 공감이 시작되고 공감을 토대로 신뢰가 형성됩니다. 공감과 신뢰의 토대 위에 바람직한 관계와 팀워크가 형성되고,이것이 몰입과 성과 창출로 이어지죠.우리 회사는 책을 통해 이런 문화를 정착시켰습니다. "

황 사장은 우리 모두가 3억 대 1의 경쟁률을 뚫고 나온 참으로 소중한 존재들이라고 말한다. 자기 자신에 대한 신뢰를 가지고 자기 삶의 최고경영자로,매순간 삶의 퍼포먼스를 주연하는 예술가로 살아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런 자발성 인재,창조성 인재가 모여서 일을 하면 높은 성과를 낼 수밖에 없다. 그래서 황 사장은 기업경영 이전에 조직원 모두가 자기경영,마음경영을 해야 한다고 설명한다. 또한 여기서 그치지 않고 보다 높은 삶의 질을 다같이 누리는 인생경영을 하는 터전이 바로 기업이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독서경영을 통해 역량이나 성과를 키우는 건 구성원 각자의 몫입니다. 회사는 다만 독서를 구성원들의 삶을 풍부하게 하는 기업문화로 장려할 뿐이죠.직접적이고 단기적인 성과를 목표하지 않았어도 독서경영은 지대한 성과를 가져다 주었습니다. 2005년 회사를 코스닥에 상장한 것도 칭찬경영,웃음경영,공감문화 등의 기업문화와 독서경영 덕분이죠."

황 사장은 독서경영의 선두 주자답게 신문 · 방송에도 수십 차례나 소개됐다. 그는 "독서경영의 효과를 돈으로 따지자면 200억원은 될 것"이라며 "앞으로 우리의 독특한 기업문화와 시스템을 토대로 업무 몰입도를 25%에서 50%로,실행률을 10%에서 45%로 높여 지금보다 매출을 4배로 늘리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서린바이오사이언스가 2007년 200억원,2009년 286억원의 매출을 올린 데 이어 올해 매출 목표를 360억원 이상으로 잡고 있는 것은 이런 자신감 덕분이다.

서화동 기자 fireboy@hankyung.com

한국경제·교보문고 공동기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