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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요 경제판례] "실소유자를 채무자로 한 근저당권…수탁자ㆍ저당권자간 합의 땐 유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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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손모씨(29)는 2008년 지상 3층 건물 전체에 대한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쳤다. 그런데 이 건물에는 약간의 사연이 있었다.

    2005년 당시 건물의 절반은 외숙모의 지분이었다. 외숙모는 건물의 실제 소유자인 손씨의 모친에게 부탁받고 지분 절반을 명의신탁받은 상태였다. 그리고 2007년 외숙모의 지분에는 근저당권이 설정됐다. 이는 손씨 부모가 손씨의 두 이모부에게 진 빚 3억여원 때문이었다. 이모부들이 담보를 요구하자 손씨의 부친은 외숙모를 채무자로 해 채권최고액을 각 1억5000만원으로 하는 근저당권설정등기에 동의했다.

    이런 상황이 정리되지 않은 상태에서 2008년 건물 전체의 법적 소유자가 된 손씨는 두 이모부를 상대로 근저당권설정등기말소 청구소송을 냈다. 손씨는 "부동산에 대해 아무런 권한이 없는 부친만이 동의한 근저당등기는 무효"라고 주장했다. 부동산 실소유자인 손씨 모친과 연락이 닿지 않은 상태에서 근저당권이 설정됐기 때문이다.

    반면 이모부들은 "근저당등기는 손씨 부모가 진 빚 때문"이라며 "손씨 모친이 묵시적으로 승낙했다고 봐야 한다"고 반박했다. 이모부들은 또 "명의신탁자(손씨 모친)의 승낙 여부와 관계없이 대외적으로 소유권을 가진 명의수탁자(외숙모)에 의해 근저당등기를 마쳤으므로 유효하다"고 주장했다.

    부동산의 실제 소유자와 법적 소유자가 다른 상태에서,실소유자의 동의 없이 설정된 근저당권이 유효한지 여부에 대해 1 · 2심과 대법원은 다른 판단을 내렸다. 1심과 2심은 손씨의 승리였다. 1심 재판부는 "빚(피담보채무)이 존재하지 않는 사이라면 근저당등기는 무효"라며 이모부들은 근저당등기를 말소하라고 판결했다. 계약상 채무자는 외숙모지만,실제 채무자는 손씨 부모이기 때문이다. 2심 재판부도 "실소유자가 동의하지 않았다면,근저당등기의 채무와 실소유자의 채무가 동일하다고 볼 수 없다"면서 역시 원고 승소 판결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판단을 달리했다. 대법원 3부(주심 박시환 대법관)는 원고 승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대구지방법원 본원 합의부로 최근 돌려보냈다. 재판부는 "실소유자(명의신탁자)의 동의 여부와 근저당등기의 유 · 무효 여부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근저당권설정자(외숙모)와 근저당권자(이모부들)가 실제 채무자를 손씨 부모로 하기로 계약한 이상,계약서상 채무자가 외숙모라 해도 실제 채무자는 손씨 부모"라며 "실제 채무 관계를 확인한 다음 손씨의 청구를 판단해야 한다"고 밝혔다.

    과거 대법원 판례에 따르면 계약 당시 근저당권설정자와 근저당권자 사이에 합의만 있으면 실제 채무자와 계약상 채무자가 다르다 해도 근저당등기는 유효하다. 채무 또한 실제 채무자가 책임져야 한다.

    이고운 기자 cca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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