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다롄의 송유관 폭발로 인한 바다의 오염 범위가 예상보다 커지면서 서해안까지 오염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또 창장(양쯔강)이 범람 위기를 맞는 등 중남부 지역에는 물난리가 나고 중국 최대 금 생산업체인 쯔진광업의 구리광산이 오염물질을 배출해 식수원이 오염되는 등 중국이 인재와 자연재해로 몸살을 앓고 있다.

19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 등에 따르면 지난 16일 발생한 중국석유(페트로차이나) 송유관 폭발 사고에 따른 기름 유출로 오염된 해역이 최초 50㎢에서 100㎢로 확대됐다. 다롄 신강항 주변 10㎢는 검은 바다로 변했으며,오염 범위가 예상보다 빠른 속도로 확대되고 있다. 라오후탄 등 유명 해양지까지 기름띠가 흘러들어 관광객의 발길이 끊겼다.

다롄은 랴오둥반도의 끝에 위치하고 있어 발해만과 서해가 모두 오염될 가능성이 크다고 이 신문은 보도했다. 중국 정부가 정확한 기름 유출 규모를 밝히지 않고 있는 가운데 10만㎥ 규모의 기름 저장탱크 일부도 이번 폭발로 손상을 입은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따라 유출 원유의 양이 일반적인 관측치보다 훨씬 많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16일 오후 4시께 다롄항에서 30만t급 라이베리아 유조선이 중국석유 송유관에 원유를 옮기는 과정에서 발생한 화재로 700㎜ 송유관이 여섯 차례 폭발,1명이 사망했고 인근 주민 600여명이 긴급 대피했다. 2000여명의 소방관이 투입돼 15시간의 진화 작업 끝에 17일 오전 9시께 불길은 잡혔으나 유출된 기름이 바다로 유입돼 다롄 일대 바다가 오염되기 시작했다.

특히 다롄항에서 화물적재와 하역이 금지되는 등 항구 기능이 전면 중단되면서 한국의 무역업체들에 비상이 걸렸다. 주선양 한국총영사관과 다롄 교민들에 따르면 중국 당국은 송유관 폭발사고 직후 유출된 기름이 해상으로 확산되는 것을 막기 위해 다롄항을 전면 봉쇄했다.

선양총영사관 관계자는 "다롄항이 정상화되려면 최소한 10여 일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며 "다롄항을 이용,중국과 교역하는 한국 무역업체들이 주의해줄 것"을 당부했다. 다롄에서 무역을 하는 교민 정모씨는 "다롄 인근 잉커우와 단둥을 알아보고 있지만 무역업체들이 대거 몰리는 바람에 이들 항구를 이용하기도 여의치 않다"며 "물품납품이 차질을 빚게 돼 중국과 무역하는 한국업체들도 큰 타격을 받게 됐다"고 울상을 지었다.

중국 남부지역에서는 폭우 피해가 커지고 있다. 창장 중상류에 비가 집중되면서 세계 최대 규모의 싼샤댐이 완공 이후 처음으로 붕괴 위험에 노출됐다. 이 댐은 초당 7만㎥의 유량을 견딜 수 있고 17m 수위에서 220억㎥의 물을 저장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그러나 실제로 한계치에 달하는 물이 유입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중국에서 두 번째로 큰 자연호수인 퉁팅호는 위험 수위를 넘어섰으며,창장의 지류가 범람해 피해가 커지고 있다.

베이징=조주현 특파원 fore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