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래소 상장업체 대주주들이 최근 잇따라 장외가 아닌 장내에서 보유지분을 대거 늘리고 있다. 장내에서 사면 '장중 저가'에 살 수 있기 때문에 '종가'로 거래되는 장외거래보다 더 싼 가격에 지분을 늘릴 수 있어 유리하다는 설명이다.

전문가들은 "대주주들이 자사의 주가가 지나치게 저평가됐을 때 '저가매수'에 나서는 사례가 많다"며 "대주주 매수 이후 주가가 반등하는 경우가 많아 '대주주 대량매매=매수 타이밍'이란 공식이 가능하다"라고 말했다.

19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등에 따르면 웅진케미칼의 최대주주인 웅진코웨이는 지난 8일부터 웅진케미칼의 지분을 장내에서 대거 늘리고 있다.

웅진코웨이는 지난 8일부터 15일까지 날마다 웅진케미칼의 주식을 사 모아 총 지분을 기존 53%에서 55%대로 끌어올렸다. 웅진코웨이가 이 기간 동안 매수한 지분은 약 1.4%(699만2010주)다.

웅진코웨이가 지분을 늘린 뒤 웅진케미칼의 주가그래프는 우상향 곡선을 그리고 있다. 웅진케미칼은 지난 8일 이후 꾸준히 올라 연중 최고가(4만4100원, 7월16일)를 새로 쓰는 등 여전히 강세다. 지난 6월초 이후 연일 급상승 중이다.
[분석]대주주 장내 대량매수 잇따라…"지금 사야할 싯점?"
아웃도어 의류 제조업체인 영원무역의 최대주주인 지주사 영원무역홀딩스도 장중 최저가 매수에 열을 올리고 있다. 현재 영원무역의 주가는 2009년 11월초 이후 가장 낮은 수준에 머물러 있다.

영원무역홀딩스는 지난달 29일부터 이달 14일까지 장내에서 직접 지분을 늘리는 동시에 대량매매를 통해 장내에서 지분을 2.72%(약 110만주) 늘려 총 보유지분이 49.59%까지 불어났다.

영원무역 주가는 지난 7일 연중 최저가인 7750원을 기록한 뒤 얼마전 8000원대를 회복해 전날(16일)에는 장중 한때 8330원까지 오르기도 했다.

이렇게 대주주들의 '장중 저가' 매매가 대량으로 이뤄지면서 '통정매매(미리 매매시점·가격을 약속한 매매)' 논란에 휩싸이는 상장사도 생겨났다.

와이어로프 가공업체인 DSR제강은 지난 5월말 홍순모 회장이 보유지분 약 3%를 장내에서 아들인 홍하종 사장과 홍석빈 부사장에게 각각 1.5%(22만1000주)씩 나눠 매도(장내 대량매매)했는데 이것이 투자자들로부터 오해를 산 것이다.

장내 대량매매는 시간외 대량매매와 같이 장내에서 대량으로 주식을 사고 파는 것이다. 통상 회사는 대량매매를 결정한 당일 중개 증권사에게 이러한 사실을 알리고, 증권사가 곧바로 한국거래소에 신고하는 절차를 밟게 된다. '장중 저가'에 대량으로 지분을 늘릴 수 있는 방법 중 하나다.

DSR제강 역시 이번 대량매매를 '장중 저가'에 시도했다. DSR제강은 연중 두 번째 최저가인 3470원대(5월25일)에서 거래를 했다. 이후 주가는 꾸준히 올라 4000원선을 넘나들고 있다.

한경닷컴 정현영 기자 jh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