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인 브랜드의 대이동이 시작됐다. 2008년 하반기부터 국내 와인시장이 축소되면서 매출이 줄어든 유명 와인들이 새 돌파구를 찾기 위해 이례적으로 '수입사 교체'란 카드를 꺼내든 것이다.

수석무역은 지난달 말부터 독일의 대표적 와인인 '블랙타워' 5종을 판매하기 시작했다. '블랙타워'는 국내에서 가장 잘 팔리는 독일 와인으로 2007년 연간 판매액이 25억원을 넘기도 했다. 그러나 2008년부터 판매가 줄어들자 공급사인 독일 켄더만사가 수입사를 기존의 아영FBC에서 수석무역으로 바꾼 것이다. 아영FBC는 1990년대 말부터 '블랙타워'를 수입해온 곳이지만 최근 매출 감소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했다는 평가다. 수석무역 관계자는 "새 품종을 더하고 병 디자인과 뚜껑(스크루 캡)을 바꿨다"며 "과거 대형마트에서 주로 팔렸지만 바와 레스토랑 등을 공략해 20% 이상 판매를 늘리겠다"고 말했다.

세계 최대 와인회사인 미국 컨스털레이션의 '마니 스위츠 콩코드'도 최근 수입사를 길진인터내셔널에서 LG트윈와인으로 옮겼다. 이 와인은 1만원대 이하의 대표적인 스위트 와인으로 대형마트 위주로 한 해 20억원어치 이상 팔렸던 베스트셀러다.

프랑스 보르도 와인인 '두르트'는 이달 말부터 길진인터내셔널이 아닌 레뱅드매일에서 출시된다.

이 밖에 스위트 와인 '바바 로제타'로 알려진 이탈리아 와인 바바는 지난해 기존 수입사(아간코리아)의 영업 중단으로 LG트윈와인으로 수입사를 옮겼다.

와인업계 관계자는 "국내 와인 시장이 형성된 뒤 유명 와인이 이처럼 자주 수입사를 바꾼 경우가 없었다"며 "판매가 줄어들자 브랜드들이 타개책을 찾고자 새 수입사로 이동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김현석 기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