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둔화 우려에 발목을 붙잡힌 '서머랠리(summer rally)'는 어떻게 흘러갈까.

서머랠리는 여름 휴가기간 전인 7월께 증시가 강세를 나타내는 현상을 일컫는다. 지난주 코스피 지수가 장중 1760선을 넘어서면서 전고점을 돌파, 서머랠리에 대한 기대가 커졌다. 그러나 부진한 경기지표와 함께 경기둔화 우려가 재차 불거지면서 19일 코스피 지수는 3거래일째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다. 최근 지수 상승을 이끈 외국인이 이날 장중 '매도 우위'로 돌아선 것도 우려 요인이다.

그러나 증권업계에서는 한국 기업 실적 전망과 밸류에이션(주가대비 실적전망) 등을 고려하면 서머랠리가 좀 더 이어질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 부진한 경제지표 발표…증시 부담요인으로 작용

지난주 발표된 경제지표들은 예상치를 밑돈 부진한 결과를 내놓았다. 이에 따라 경기 회복 둔화에 대한 우려가 재차 불거지며 투자심리 위축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미국 7월 미시간대 소비심리지수는 66.5를 기록, 예상치인 74를 밑돌았다. 미국 6월 소비자물가지수(CPI)의 경우 전월보다 0.1% 하락, 3개월 연속 내림세를 이어갔다.

중국 역시 국내증시에 부담을 미치는 요인이다. 지난주 발표된 중국의 2분기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은 전년 동기 대비 10.3%를 기록, 1분기 증가율 11.9%보다 하락했다.

오는 23일 EU(유럽연합)의 대형은행 스트레스테스트 결과 발표를 앞두고 있다는 점도 우려가 가중 요인이다.

김철중 한국투자증권 연구위원은 "미국 기업의 경기에 대한 불확실한 상황인식으로 인해 투자가 좀처럼 늘어나지 못하면서 미국 경기 상승세가 주춤하고 있다"며 "미국 기업들이 투자를 늘리지 않으면서 고용회복세는 여전히 둔한 상황에서 유럽 재정위기에 따른 여파가 미국 경제에 충격을 주고 있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 전문가들 "서머랠리 좀 더 이어질 듯"

전문가들은 서머랠리가 이대로 끝나지는 않을 것이라는 데 보다 무게를 두고 있다. 코스피 지수가 단기 상승에 따른 숨고르기 장세를 나타내고 있지만 기업실적 호전 등이 지수 상승추세를 좀 더 뒷받침할 수 있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아울러 유로화 추이 등에 비춰 유럽발 재정위기가 완화되고 있는 모습이어서 전반적인 증시 환경은 평균적으로 우호적이라는데 점수를 더 줄 수 있다는 평가다.

이경수 토러스투자증권 투자분석팀장은 "코스피 지수가 박스권 상단에서 부담을 느낀 상황에서 경제지표들의 부진한 결과가 조정의 빌미가 됐다"며 "박스권 돌파를 위한 진통과정이 이어지고 있지만 금융위기 이후 기업사이클이 정상화되는 가운데 지수 상승 추세가 이어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석현 KTB투자증권 연구위원은 "이번주 코스피 지수가 조정을 받겠지만 지난해 9월부터 나타난 박스권 흐름으로 복귀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조정폭은 단기 고점 대비 5% 안팎으로 제한될 전망이고, 조정 시 저점매수 전략으로 대응할 것을 추천한다"고 권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국내 기업 실적에 대한 과도한 기대는 금물이라는 지적도 제기됐다.

김성노 KB투자증권 수석연구원은 "하반기 들어 미국, 중국 경제지표가 예상치를 밑돌면서 경기둔화 우려가 커지고 있다"며 "경제지표 둔화는 어닝(기업실적) 하향 조정으로 귀결될 수 있고, 내년 상반기까지 어닝 모멘텀이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 외인 8일 만에 '팔자' 돌아섰는데…?

최근 코스피 지수의 전고점 돌파를 이끈 매수주체인 외국인의 매수세가 주춤하고 있다는 점은 우려요인이다. 19일 외국인은 8거래일 만에 매도 우위로 돌아섰다. 오전 11시10분 현재 외국인은 코스피 시장에서 242억원어치 주식을 순매도하고 있다.

증권업계 관계자들은 남유럽의 재정위기와 미국의 경기침체에 대한 우려가 잦아들면서 세계 자금은 밸류에이션 매력 등을 갖춘 신흥 국가 시장으로 모이고 있고, 이 가운데 한국이 좋은 투자처가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한국투자증권에 따르면 한국관련 선진국 및 신흥국가 등 4대 펀드군에서 지난주 총 29억6000만달러의 자금이 순유입됐다. 이 가운데 신흥시장 투자펀드에만 29억1000만달러가 순유입된 것.

유주형 한국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Asia ex-Japan 펀드' 내 한국 펀드군에서 지난 한주간 400만달러의 자금이 순유입됐다"며 "최근 금리 인상을 통해 경기회복에 대한 자신감을 과시한 한국은 매력적인 투자처"라고 평가했다.

한경닷컴 오정민 기자 bloom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