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배터리 공장은 美의 미래"…구본무 반긴 오바마
15일(현지시간) 미국 미시건주 홀랜드의 LG화학 전기자동차용 배터리 공장.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운전대를 잡은 포드의 주황색 전기차 '포커스'가 서서히 앞으로 나아가자 잇따라 박수가 터져나왔다. LG화학의 최첨단 배터리를 시범 탑재한 차량이었다.

만족스런 웃음을 띤 채 차에서 내리는 오바마 대통령을 지켜보는 구본무 LG 회장의 얼굴에는 남다른 감회가 서려있었다. 1990년대 초 2차전지 사업에 진출한 이래 만성 적자의 늪에 빠지는 등 우여곡절이 많았지만,"2차전지에 우리의 미래가 있다"며 끝없는 도전을 독려해온 그였다.

미국 자동차산업의 본고장 미시건주에서 열린 LG화학 배터리 공장 기공식 현장은 축제 분위기였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을 비롯해 피트 혹스트라 연방 하원의원,제니퍼 그랜홈 미시건 주지사,토마스 스티븐슨 GM 부회장 등 400여명의 미국 정 · 재계 유력 인사들이 참석했다.

오후 1시15분께 행사장에 들어선 오바마 대통령은 미리 기다리고 있던 구 회장에게 다가가 손을 맞잡았다. 어깨를 감싸며 또렷한 한국어로 "안녕하세요"라는 인사말부터 건넸다. "미국에 전기자동차용 배터리 공장을 건설하게 된 것을 축하드린다"는 감사도 잊지 않았다. 구 회장은 "뜻 깊은 자리에 와주셔서 감사하다"고 화답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곧장 마이크를 잡았다. 2년여 전 대통령 선거에서 공화당을 주눅들게 했던,소박하면서도 격정적인 연설이 시작됐다. 그는 "단순히 공장 하나를 세우는 것이 아니라 홀랜드시와 미시건주,미국을 위해 보다 나은 미래를 건설하는 것"이라고 기공식의 의미를 부여했다.

그의 연설은 LG화학 공장 준공을 계기로 쇠락한 미국 자동차산업을 다시 일으켜 세우고,일자리를 만들어내겠다는 의지로 가득했다. 홀랜드 공장을 건설하는데 300명,2012년 완공 후에는 추가로 300명이 더 고용될 것이라며 기대감을 나타냈다. "이제는 한국 대신 미국에서 '미국산(Made in America)'이라고 찍힌 전기차 배터리가 생산된다"는 점도 강조했다. 2009년 2월 첫 의회 연설에서 "미국에 전기자동차 조립라인이 돌고 있으나 이들 자동차는 모두 한국산 배터리에 의해 움직이고 있다"고 개탄했던 그였다.

구본무 회장은 자동차 본고장 미국에 최초의 배터리 공장을 건설,LG의 브랜드 파워를 전 세계에 떨치게 됐다. 홀랜드 공장(총부지 약 50만㎡)은 전세계 하이브리드 전기차(HEV) 시장의 70%를 차지할 것으로 전망되는 미국 시장을 선점할 전초기지다. 2012년 3월 양산에 들어가 HEV 기준으로 연간 약 20만대의 배터리를 생산,GM과 포드 등에 공급한다. 완공 첫해 1200억원,2014년에 3000억원의 매출을 올릴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LG의 공장 준공은 오바마 대통령이 취임한 이후 주창해 온 그린(green) 산업 육성과 그린 일자리 창출에 가시적인 성과를 거두게 해줬다는 평가도 받고 있다. 미국 연방정부가 LG화학에 부여한 인센티브 내용을 보면 오바마 대통령이 이번 투자를 얼마나 반기는지를 알 수 있다. 미 정부는 총 24억달러에 달하는 그린 자동차 및 배터리산업 보조금 가운데 6%인 1억5000만달러를 LG화학에 뚝 떼어줬다. 홀랜드 공장 투자자금 50%를 현금으로 보태주는 것이다. 미시건주 정부도 법인세 감면 등을 통해 1억2500만달러를 지원한다. LG화학은 연방정부 지원금을 보조받는 9개 업체 중 유일한 외국 기업이다.

홀랜드(미국 미시건주)=김홍열 특파원 com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