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계기업들의 감자(자본감소) 결정이 잇따르고 있는 가운데 일부 개인투자자들이 감자기업을 대상으로 '머니게임'을 벌이고 있어 우려된다.

한 기업의 이사회가 자본을 줄여 부채를 줄이는 감자를 결의하면 재상장되기까지 구주제출 기간 등을 포함해 2~3개월 정도 소요된다. 투자자들은 이 때를 '돈 버는 시기'로 간주해 머니게임을 시도한다.

전문가들은 "거래정지일 전날 종가에 감자비율을 곱하면 재상장시 주가를 미리 예측할 수 있기 때문에 이러한 매매가 가능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15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등에 따르면 지난해 말부터 지금까지 한계에 다다른 재무구조를 개선하기 위해 감자를 실시한 상장사는 그린기술투자 맥스브로 메가바이온 우원인프라 무한투자 투미비티 지오멘토 히스토스템 아이디엔 등 셀 수 없이 많다.

그린기술투자는 지난 3월 9일 부채를 줄이기 위해 10대 1(90%) 감자를 실시키로 결의한 뒤 한 달 뒤쯤인 4월 1일부터 30일까지 기존주주들로부터 구주를 제출받았다. 그린기술투자의 주권매매는 같은 달 29일부터 정지됐고, 7월15일 재상장됐다.

그린기술투자는 매매거래 정지일 일주일 전부터 요동치기 시작했다. 4월 중순 1주당 95원에 거래되던 것이 21일부터 상한가 행진을 벌이며 엿새 동안 주가는 무려 63% 가량 치솟았다.

그린기술투자의 경우 감자결의 이후 한 달 내내 급락해 95원까지 떨어졌던 주가가 매매거래를 몇 일 앞두고 투자자들끼리 머니게임을 벌여 재상장시 주가를 1500원대로 올려놓은 것이다.

맥스브로는 감자결정과 동시에 액면분할을 동시에 실시한 경우다. 따라서 맥스브로 주가는 악재로 작용할 수 있는 감자와 호재로 작용할 수 있는 액면분할 등으로 거래정지되기까지 한 달 동안 '하한가 랠리'와 '상한가 랠리'를 번갈아 가며 반복했다.

맥스브로는 지난 3월 16일 감자결의 이후 닷새 연속 하한가로 곤두박질 친 뒤 3월말부터 4거래일 동안 급등(상한가 세 번 포함)했다. 또한 4월 중순까지 약세를 보이다 거래정지(4월 29일) 7거래일 전부터 4일 연속 올랐다.

지난달 25일 감자로 인해 거래가 정지된 무한투자 주가는 6월 초부터 오르기 시작해 1주당 125원이던 주가를 160원대까지 끌어올리는데 성공했다. 무한투자는 5대 1(80%) 비율로 감자를 결의했으니, 재상장시(예정일 7월20일) 800~900원대 사이에서 거래가 재개될 것이다.

더욱이 감자기업들의 주가는 감자비율이 높을 수록 심하게 요동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5대 1의 비율보다 10대 1의 비율이 재상장시 높은 가격에 거래가 가능하기 때문이란 설명이다.

전문가들은 그러나 감자를 결정한 상장사는 재무구조가 엉망이라는 것을 스스로 증명하는 것인 만큼 투자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감자기업에 대한 투자가 위험한 것은 거래정지 기간 중에 또 다른 '악재'가 터질 수 있는 개연성이 높은 부실기업이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지난달 16일 10대 1의 비율로 감자를 결정한 투미비티는 구주제출기간(7월3일~8월3일) 중 재무제표상 허위계상 등을 이유로 7월 15일 상장폐지실질심사 대상에 오르며 거래가 정지됐다.

한경닷컴 정현영 기자 jh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