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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마을] 음악으로 본 20세기…불의와 맞선 '불편한 하모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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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머지는 소음이다 | 알렉스 로스 지음 | 김병화 옮김 | 21세기북스 | 896쪽 | 4만5000원
    20세기 클래식 음악,종종 '현대 음악'으로 통칭되는 종류의 음악에 '일반' 청중들이 느끼는 당혹감은 크다. '음악'이라는 것에 대한 일반적 기대를 배신하는 음악,신경을 긁는 불협화음의 음악,대중과 유리된 학구적 음악,간단히 말해 소음(Noise),그것이 현대 음악에 대한 통상적인 이미지일 것이다.

    그러나 사실 일상에서 '현대 음악'을 찾는 건 어렵지 않다. 공포영화나 스릴러영화의 '거슬리는' 음악들,끈질기게 반복되는 강박적인 음향들은 우리에게 익숙하다. 우리는 현대 음악과 동떨어진 삶을 살지 않는다. 현대 음악은 우리의 역사적 경험의 일부다.

    900쪽에 가까운 《나머지는 소음이다(The Rest Is Noise)》의 내용 또한 이 같은 주장으로 요약할 수 있다. <뉴요커>에서 활동하는 음악평론가 알렉스 로스가 쓴 이 책은 발간 당시부터 많은 화제를 모았다. 이제 국역본이 나온 이상 20세기 음악 입문 관련서로는 당분간 '레퍼런스'의 자리에서 내려오지 않을 공산이 크다.

    다만 음악 입문서로서의 가치만이 책의 전부는 아니다. 이 책의 부제 '20세기를 듣기(Listening To Twentieth Century)'는 또다른 목표를 함축한다. 저자는 20세기의 음악뿐 아니라 그 음악이 속했던 시공간을 함께 추적한다. 그래서 이 책은 음악사인 동시에 문화사이며,음악을 통해 본 20세기다.

    음악가는 현실 너머의 고상한 존재가 아니다. 클래식 음악가라고 다를 건 없다. 그들은 불의한 현실과 적극적으로 대결하거나 그 현실에 굴복한다. 제2차 세계대전 전후의 시기를 중심으로 음악과 사회의 관계를 다룬 7~11장이 압권인 까닭이다. 음악(예술)이 사회와 겪는 긴장관계란 자유세계건 통제사회건 첨예할 수밖에 없다는 진실이 생생하게 다가온다.

    동시에 저자는 음악이 갖고 있는 '상호적 흐름'에 주목한다. 여기에서 고급음악과 대중음악의 차이는 종종 무의미해진다. 찰리 파커는 스트라빈스키 앞에서 '불새'의 테마를 연주하고,스트라빈스키는 너무 기뻐서 술까지 쏟는다(3장).코플랜드의 '보통 사람을 위한 팡파르'는 퀸의 히트곡 'We Will Rock You'의 주재료가 된다(8장).비틀스의 걸작 'Revolver'는 전위음악가 슈톡하우젠의 영향 속에서 탄생한다(14장).시벨리우스가 교향곡에서 사용한 화성은 훗날 콜트레인의 색소폰으로 자연스럽게 연결된다(5장).

    저자는 "이 모든 것들은 클래식과 대중음악 전통 간에 오랫동안 진행돼온 대화를 계속 이어나간다"고 말한다. 그래서 종종 등장하는 다소 전문적인 분석들은 단지 분석을 위한 분석이 아니라 그 대화가 어떤 식으로 이루어졌는지를 설명하는 효과적인 방법이자 그 자체로 각각의 곡에 대한 명료하고 탁월한 해설이다. 읽다 보면 그 음악들을 정말로 듣고 싶어진다.

    더불어 음악가들의 삶에 대한 날카롭고 재치 있는 서술들 또한 빼놓을 수 없겠다. 자신을 '숲 속의 유령'에 비유하며 끊임없이 우울증에 시달렸던 시벨리우스에 대한 묘사(5장)는 특히 심금을 울린다.

    최민우 음악평론가 · 웹진<웨이브>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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