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전문가는 역시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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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0년대 중반 미국 유학 시절 처음 골프채를 잡았으니 어언 27년의 구력을 가지게 되었다. 비록 고수급은 아니지만 주말 골퍼로서는 나름 괜찮은 실력을 가졌고,골프에 관해서는 풍부한 상식을 가지고 있다고 자부하고 있었다.
얼마 전 필자보다 실력이 한 수 위인 분들과 필드에 나갈 기회가 있었다. 처음엔 약간 주눅도 들고 긴장이 됐지만 평소 실력보다는 더 잘 치기도 했다. 가끔 전혀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공이 날아가는 경우가 있어 적잖이 당황한 적도 있었지만 무사히 라운드를 마칠 수 있었다.
일행 중 골프 중계방송 해설자로 일하시는 분에게 '전혀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날아가는 공'의 원인에 대해 물었다. 내심 스윙 자세의 교정을 바랐는데 전혀 의외의 답이 나왔다. "자세에는 전혀 문제가 없으니 샤프트를 한번 점검하는 것이 좋겠다"고 하면서 샤프트 전문가 한 분을 소개해 주었다. 역시 전문가의 눈은 무섭구나 하고 감탄하는 한편 스윙자세에는 문제가 없다는 말에 은근히 기분이 좋아졌다.
틈을 내어 그 전문가를 찾아갔다. 그는 내 골프 가방에 들어 있는 모든 클럽을 꺼내서는 하나 하나 테스트를 하더니 스윙을 분석하기 위해 필자에게 시타를 해보도록 했다. 모두 장비를 사용해 정확한 데이터를 수집하는 과정이었다.
그 분의 설명에 따르면 클럽 중에 필자의 스윙 특성에 맞는 것은 하나도 없단다. 더구나 서로 다른 브랜드의 샤프트는 모두 나름대로 특성을 갖고 있어 일관된 스윙을 해도 서로 다른 결과가 나올 수밖에 없는 구성이란다. "특성이 같은 샤프트를 사용하면 골프 치는 게 훨씬 편할 것"이라는 게 그의 조언이었다. 그러면서 한꺼번에 다 바꾸면 오히려 혼란스러울 터이니 일단 우드만 바꿔 사용해 보고 도움이 되면 나머지도 바꾸면 좋을 것이라는 조언을 해 주었다.
조언에 따라 드라이버에 장착된 샤프트와 특성이 같은 것으로 모든 우드의 샤프트를 바꾸기로 했다. 테스트를 통해 나온 데이터 상으로는 내 스윙에 딱 들어맞는 것은 아니지만 손에 익은 것을 기준으로 해 (솔직히 나이 들어 가면서 스윙 스피드가 떨어질 것을 염두에 두고서) '일관성'을 확보하기로 한 것이다. 이렇게 투자한 결과는? 전문가는 역시 다르다는 감탄을 할 수밖에 없었다. 골프가 훨씬 쉬워졌다.
경당문노(耕當問奴)라는 고사성어가 있다. '농사 짓는 일은 머슴에게 물어봐야 한다는 뜻'으로 어떤 일은 그 방면의 전문가에게 물어야 한다는 의미다.
이번 일을 계기로 다시 한번 내 자신의 일과 삶을 점검해 본다. 무언가 난관에 봉착했을 때 어설픈 자기 진단을 내리거나 남의 말에 쉽게 귀 기울이고 있지는 않은지 말이다. 최선의 해결책을 찾기 위해서는 먼저 전문가를 찾아서 문제의 핵심을 파악해야 한다는 기본 진리를 다시 한번 되새겨 본다.
우창록 법무법인 율촌 대표변호사 crwoo@yulchon.com
얼마 전 필자보다 실력이 한 수 위인 분들과 필드에 나갈 기회가 있었다. 처음엔 약간 주눅도 들고 긴장이 됐지만 평소 실력보다는 더 잘 치기도 했다. 가끔 전혀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공이 날아가는 경우가 있어 적잖이 당황한 적도 있었지만 무사히 라운드를 마칠 수 있었다.
일행 중 골프 중계방송 해설자로 일하시는 분에게 '전혀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날아가는 공'의 원인에 대해 물었다. 내심 스윙 자세의 교정을 바랐는데 전혀 의외의 답이 나왔다. "자세에는 전혀 문제가 없으니 샤프트를 한번 점검하는 것이 좋겠다"고 하면서 샤프트 전문가 한 분을 소개해 주었다. 역시 전문가의 눈은 무섭구나 하고 감탄하는 한편 스윙자세에는 문제가 없다는 말에 은근히 기분이 좋아졌다.
틈을 내어 그 전문가를 찾아갔다. 그는 내 골프 가방에 들어 있는 모든 클럽을 꺼내서는 하나 하나 테스트를 하더니 스윙을 분석하기 위해 필자에게 시타를 해보도록 했다. 모두 장비를 사용해 정확한 데이터를 수집하는 과정이었다.
그 분의 설명에 따르면 클럽 중에 필자의 스윙 특성에 맞는 것은 하나도 없단다. 더구나 서로 다른 브랜드의 샤프트는 모두 나름대로 특성을 갖고 있어 일관된 스윙을 해도 서로 다른 결과가 나올 수밖에 없는 구성이란다. "특성이 같은 샤프트를 사용하면 골프 치는 게 훨씬 편할 것"이라는 게 그의 조언이었다. 그러면서 한꺼번에 다 바꾸면 오히려 혼란스러울 터이니 일단 우드만 바꿔 사용해 보고 도움이 되면 나머지도 바꾸면 좋을 것이라는 조언을 해 주었다.
조언에 따라 드라이버에 장착된 샤프트와 특성이 같은 것으로 모든 우드의 샤프트를 바꾸기로 했다. 테스트를 통해 나온 데이터 상으로는 내 스윙에 딱 들어맞는 것은 아니지만 손에 익은 것을 기준으로 해 (솔직히 나이 들어 가면서 스윙 스피드가 떨어질 것을 염두에 두고서) '일관성'을 확보하기로 한 것이다. 이렇게 투자한 결과는? 전문가는 역시 다르다는 감탄을 할 수밖에 없었다. 골프가 훨씬 쉬워졌다.
경당문노(耕當問奴)라는 고사성어가 있다. '농사 짓는 일은 머슴에게 물어봐야 한다는 뜻'으로 어떤 일은 그 방면의 전문가에게 물어야 한다는 의미다.
이번 일을 계기로 다시 한번 내 자신의 일과 삶을 점검해 본다. 무언가 난관에 봉착했을 때 어설픈 자기 진단을 내리거나 남의 말에 쉽게 귀 기울이고 있지는 않은지 말이다. 최선의 해결책을 찾기 위해서는 먼저 전문가를 찾아서 문제의 핵심을 파악해야 한다는 기본 진리를 다시 한번 되새겨 본다.
우창록 법무법인 율촌 대표변호사 crwoo@yulcho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