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야간에 전조등 안켠 운전자도 책임있어"

공사안내 표지만을 작업 위치에 너무 가까이 설치해 교통사고가 났다면 현장관리자 등에게 배상 책임이 있다는 판결이 나왔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41부(최승욱 부장판사)는 오토바이를 타고 가다 공사현장에 세워진 트럭을 들이받고 숨진 최모 씨의 유족이 A건설과 현장관리자 등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유족에게 9천여만원을 지급하도록 원고 일부 승소로 판결했다고 13일 밝혔다.

재판부는 "야간에 도로를 파는 공사로 차량 통행에 위험을 초래하는 상황인데 A건설은 도로교통법에 정해진대로 전방 200m와 100m지점에 `공사중'과 `공사중 위험' 표시를 설치하지 않고 대신 약 30m전방에 표지판을 두는 등 안전 조치를 다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 때문에 최씨가 현장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작업장에 그대로 진입해 바람에 사고가 났으므로 A건설 등은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다만 "야간이라 가시거리가 제한되는 상황이므로 최씨가 전조등을 켜고 전방을 주시해 운전했다면 서행해야 한다는 것을 알 수 있는데도 전조등을 켜지 않은 등 잘못이 있어 A건설의 책임을 30%로 제한한다"고 덧붙였다.

최씨는 2005년 10월 A건설이 빗물관 매설 공사를 하는 도로에서 오토바이를 몰고 가다 공사현장을 발견하지 못하고 그대로 진입, 트럭에 부딪혀 현장에서 사망했다.

도로교통법은 공사장 전방 200m 지점에서부터 경고 표지판을 설치하도록 하고 있지만, 현장에는 전방 30m와 10m에 공사 중임을 알리는 표시가 있었고 유족은 안전 대책을 소홀히 한 책임을 물어 A건설 등을 상대로 소송을 냈다.

(서울연합뉴스) 이세원 기자 sewonle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