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품시장 5조원시대] (5) 아르노 회장 '루이비통 제국' 건설…구찌 인수 피노 회장, 최대 라이벌
1980년대 초반만 해도 세계 명품업계는 하나의 브랜드를 갖고 독립적으로 운영되는 가족 회사가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이후 몇 명의 탁월한 기업가들이 경영을 맡으면서 수십개의 브랜드를 거느린 거대 럭셔리 그룹들이 탄생하고,명품의 세계화와 대중화를 주도했다.

대표적인 인물이 'LVMH(루이비통 모엣 헤네시) 제국'을 건설,'명품업계의 제왕'이라 불리는 베르나르 아르노 회장(61)이다. 프랑스 정 · 재계 인재의 산실로 불리는 명문 에콜 폴리테크니크를 나온 그는 1984년 크리스찬 디오르를 인수하며 럭셔리 업계에 뛰어들었다. 아르노 회장은 적대적 인수합병(M&A)을 통해 1990년 LVMH를 손에 넣은 후 로에베 지방시 겐조 태그호이어 펜디 도나카렌 등 유명 브랜드를 끊임없이 사들였다. 또 제품과 디자인에 관해서는 브랜드별로 최대한 자율성을 보장하되 유통과 마케팅은 본사에서 통제하고 전 세계적으로 100% 직영점만 운영해 일관성과 효율성을 극대화했다. 현재 LVMH그룹이 운영하는 브랜드는 패션과 향수 시계 등의 분야에서 50여개에 이른다. 남승우 롯데백화점 명품팀장은 "아르노 회장은 럭셔리 브랜드의 가치가 역사와 전통에 있기 때문에 브랜드를 새로 만드는 것보다 인수하는 것이 시너지 효과가 크다고 판단했다"며 "인수된 브랜드들은 LVMH의 철저한 시스템에 따라 운영돼 업그레이드됐다"고 설명했다.

프랑수아 피노 PPR(피노 쁘렝땅 르두)그룹 회장(73)은 명품업계에서 아르노 회장의 라이벌이자 유일하게 필적할 만한 거물로 평가된다. 세계적인 경매회사인 크리스티 소유주로 세계 미술계에서 영향력 있는 인물로도 꼽힌다. 그는 아르노 회장이 적대적 M&A를 시도하던 구찌를 2001년 인수,럭셔리업계에 발을 내디뎠다. 구찌는 피노 회장의 든든한 지원을 업고 이브생로랑 발렌시아가 보테가베네타 부쉐론 세르지오로시 등 유명 브랜드를 잇따라 인수해 LVMH 못지않은 명품 일가를 일궈냈다.

프랑스 LVMH,PPR과 함께 세계 3대 명품그룹으로 꼽히는 스위스 리치몬트는 요한 루퍼트 회장(60)이 1985년 경영을 맡은 이후 잇따른 M&A를 통해 시계 · 주얼리 부문의 럭셔리 브랜드를 대거 보유한 거대 회사로 성장한다. 루퍼트 회장은 창업주인 아버지(앤톤 루퍼트)로부터 물려받은 까르띠에 몽블랑 던힐 등을 기반으로 주얼리브랜드 반클리프앤아펠과 시계브랜드인 예거 르꿀뜨르,IWC,랑앤운트죄네 등을 사들였다.

프라다그룹을 이끄는 파트리치오 베르텔리 회장(64)도 빼놓을 수 없는 인물이다. 1977년 프라다에 합류한 이래 사업을 여성복과 남성복,세컨드 브랜드인 '미우미우' 등으로 확장했으며 질 샌더와 처치그룹 등을 인수하며 지금의 프라다그룹으로 키워냈다. 창업 가문의 디자이너 미우치아 프라다의 남편이기도 하다.

송태형 기자 toughl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