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부양을 위해 썼던 저금리 시대가 끝나는 것인가. 한국은행이 지난 주말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올리자 향후 추가 금리 인상 전망이 힘을 얻고 있다. 16개월째 이어진 연 2.0%의 초저금리 기조가 종지부를 찍자 출구 전략의 속도에 투자자들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국제 금융위기를 극복하려고 내놨던 경기부양책이 대부분 끝나면서 주식과 부동산,예금 등 재테크 시장에서는 새판 짜기가 시작됐다. 금리 인상 전망에 긴가 민가 했던 투자자들도 기준금리가 예상보다 1~2개월 앞당겨 인상되자 심리적 충격 속에 불안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럴수록 차분하게 판단해야 한다. 금리가 올랐다고 하지만 1억원을 빌린 사람의 경우 월 2만원 정도(연 25만원) 이자 부담이 늘어나는 정도다. 외환위기 때 연 20%의 초고금리와 비교해보면 금리 부담이 엄청나게 늘어난다고 볼 수는 없다. 다만 당국이 앞으로도 금리를 계속 올리겠다고 공언한 만큼 향후 인상폭과 인상속도를 예의주시해야 한다.

전문가들은 "어차피 부동산 시장은 침체가 이어질 것이고 주식시장도 크게 살아나기 힘들 것이기 때문에 2~3개월간 은행의 정기예금과 같은 안전자산에 돈이 잠길 것"이라고 전망했다.

예금자 입장에서는 단기로 운용해온 예금을 만기에 찾아서 약간 올라간 금리보장형 상품에 다시 묻어놓는 게 맘 편하다는 얘기다.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올렸다고 해서 시중은행들이 수신 · 대출금리를 많이 올릴 수 없을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우리은행 등 시중은행들이 기업 인수 · 합병(M&A)에 대비해 덩치(외형 자산)를 키우기 위해 대출도 늘려야 하기 때문이다. 은행 간에 대출 경쟁이 치열할수록 대출금리를 생각만큼 올리기가 쉽지 않다. 외형 경쟁이 어느 정도 시중금리 인상의 완충 작용을 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그렇다고 해서 저금리 시대의 종언을 무시하고 재테크 전략을 짰다가는 큰코 닥친다. 채권값이 금리 인상 발표 후 떨어지는 등 금융시장에는 금리 인상에 따른 '한여름의 태풍'이 불기 시작했다. 하반기 재테크 시장이 어떻게 변할지 미리 그려보고 전략을 짜는 냉정함과 치밀함이 필요한 시점이다.

정구학 편집국 부국장 cg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