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미국 뉴욕 외에 LA 마이애미,캐나타 토론토 밴쿠버를 주요 투자처로 정하고 사업을 확장하는 이유는 '글로벌하게 살기 위해서'다. 한국이라는 좁은 시장이 아닌 전 세계에서,외국인들의 주머닛돈을 내 것으로 만들면서 나만의 글로벌한 기업 브랜드를 우뚝 세우기 위해서다.

물론 부동산 투자를 하고 사업을 확장하기 위해서는 자금이 필요하다. 하지만 아무리 자산이 풍족하게 있더라도 탁월한 비즈니스 파트너가 없으면 성공은 그저 신기루에 불과하다. 같은 비전을 가지고 있거나,혹은 비전이 다르다 해도 서로에게 도움을 주고 받을 수 있는 파트너는 반드시 필요하다.

우리 가게에는 8명의 직원이 있다. 그 중 헌터 칼리지에서 그래픽 디자인을 공부하는 매튜라는 아이가 있다. 처음 면접 보는 날,서글서글한 인상에 농담도 제법할 줄 아는 유쾌한 친구여서 마음에 들었다. 그런데 이 친구가 수시로 지각을 하고,덤벙거리면서 실수를 많이 하는 것이다. 그러던 어느 날 매튜가 "사장님을 캐릭터로 만들어 볼게요"라고 하더니 며칠 뒤 방긋 웃고 있는 내 얼굴을 캐리커처로 그려왔다.

"나의 캐리커처를 브랜드화 시키면 어떻겠느냐"는 제안에 화들짝 놀랐다. 한번도 생각해보지 못했던 신선한 아이디어였기 때문이다. 덜렁대고 사고뭉치지만 이 친구는 아티스틱한 재능으로 내게 자극을 준다. 이 친구와 이야기를 하다보면 사업 아이템들이 마구 떠오른다. 실수와 단점은 고쳐가면 되는 것이지만 이런 장점을 가진 사람은 흔치 않다.

4년 전 한국에 있을 때 매니저 일을 했던 최정환은 지금 가게를 도맡아 운영하고 있다. 이 친구는 워낙 꼼꼼하고 알뜰해서 재정적인 살림을 맡게 했다. 그리고 이 친구는 내게 직언을 해주는 유일한 잔소리꾼이다. 맺고 끊는 것이 워낙 정확하고 틀린 부분을 확실히 지적할 줄 아는 대담함이 있는 친구다.

스페니시 계통의 애나는 자신감이 넘친다. 2년반 전 갑자기 직원들이 한꺼번에 그만두는 바람에 애나와 나 둘만 남은 적이 있다. 하루 종일 손님 상대할 생각을 하니 조금은 막막했다. 애나한테 "괜찮겠냐?"고 물었더니 "No problem!"하며 웃는 것이다. 손님들을 맞을 때도 친구들과 대화할 때도 애나는 항상 긍정적인 자신감이 넘쳐난다. 스물세 살밖에 안 된 어린 친구지만 그 아이의 당당한 모습을 보고 있으면 기특하다.

영어 한마디 못했던 소냐는 돈을 벌지 않으면 음식을 안 주는 부모 밑에서 생활했다. 생활력 강한 소냐는 16세 때부터 치열한 사회생활에 길들여져 눈치도 빠르고 성실하지만 예의범절이 없어서 교육을 시키느라 혼이 많이 났다. 하지만 지금은 친절하고 베테랑 뺨치는 세일즈맨으로 활약하고 있어서 대견하다.

매일 부동산 브로커를 만나고,주얼리 세일즈맨과 미팅을 한다. 그들 모두 사업을 확장하는 데 중요한 비즈니스 파트너이다. 마찬가지로 나는 우리 가게의 직원들 모두를 '일을 부려먹는 아랫사람'이라고 생각하지 않고 '사업을 함께 일궈 나가는 비즈니스 파트너'라고 생각한다.

나는 함께 일하는 비즈니스 파트너의 단점보다 장점을 발견하려고 노력한다. 물론 그들이 잘못했을 때는 따끔하게 혼을 내지만,조금만 잘하면 칭찬을 많이 하려고 한다.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하지 않는가. 칭찬을 하면 두 사람 사이에 신뢰가 쌓이게 마련이다.

그리고 고마운 마음을 나만의 방식으로 표현한다. 상대방의 비전에 도움이 될 만한 선물을 하는 것이다. 나는 최정환 대표,로드매니저를 했던 김정관이라는 친구와 일을 시작하면서 적금을 들어 주었다. 월급 말고,이 친구들 이름으로 된 적금 말이다. 내가 잘 하는 게 돈 모으는 것이 아닌가. 언제 어떻게든 이 친구들에게 도움이 될 만한 여유자금을 준비해주는 것이다. 이 친구들이 나와 평생 함께 일할 수도 있지만,언젠가는 내 품을 떠나 더 큰 일을 하게 될 수도 있다. 하지만 나와 함께 지내는 동안 인생에 플러스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내가 근검절약해 돈을 모으고,투자를 하면서 나의 비전을 준비해 가는 과정을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이 친구들에게 자극이 된다면 감사한 일이다. 한 걸음 더 나아가,나는 이 친구들에게 더 많은 것을 보여주고 싶고 알려주고 싶다.

내년에는 무엇을 할 것이고,5년 뒤 혹은 10년 뒤 어떤 모습으로 살고 싶은지,나의 비전을 그 친구들에게 이야기한다. 과거에도 그랬고 지금도 그렇다. 그들의 비전에 귀 기울여 들어주고,방향을 제시하며 좋은 기회를 만들어주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뉴욕의 액세서리 가게에서 1년 넘게 일하며 미국에서 사업하는 방법을 배운 정환이에게 소호 2호점을 맡길 것이다. 그리고 이제 막 제대하고 뉴욕에 도착한 정관이에게 뉴욕에서 1년 정도 일을 가르친 뒤 마이애미나 토론토에 오픈할 3호점을 맡길 생각이다. 그들에게 독자적으로 사업할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것이다. 그 친구들이 성공할 수 있는 밑거름을 만들어주는 것이 오너인 내가 해야 할 역할이 아닐까.

베푸는 리더십은 별개 아니다. 상대방의 능력을 인정해 주고,성공에 한 발짝 다가설 수 있도록 길을 마련해 주는 것이다. 항상 그들의 비전을 경청하고,내가 어떤 도움을 줄 수 있을지 고민하면서 함께 미래를 향해 질주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