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진지오텍(회장 전정도 · 51)은 세계 최초로 오일샌드 모듈화 공법을 개발한 글로벌 에너지 종합 중공업회사다. 이 회사는 최근 원전 르네상스 시대를 맞아 본격적인 해외시장 공략에 나설 채비를 서두르고 있다.

국내외 경쟁업체에 비해 원전시장에 뒤늦게 뛰어들어 지난해 미국기계학회(ASME) 원자력 발전 관련 인증을 받은 것 외에는 이렇다 할 글로벌 원전 인증을 받지는 못한 상태다. 하지만 전 세계 5개 기업만이 보유하고 있는 석유화학 플랜트 핵심 용접기술(Cr-Mo-V)과 담수화 설비 핵심 기술,해양 기자재 제작사업 등을 기반으로 원전시장 선점에 나서면 그리 큰 문제가 없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실제로 이 회사는 세계 원전수출시장으로 부상하고 있는 아랍에미리트(UAE)에 2008년 다중효용법(MED) 방식의 초대형 담수설비를 제작해 공급하면서 일찌감치 원전 관련 수출 네트워크 구축에 힘써왔다. 회사 측은 "당시 출하된 제품인 담수설비는 1기당 약 2만7000t의 물 공급이 가능하며,이는 하루에 7만명이 사용할 수 있는 양으로 성진지오텍의 브랜드를 알리는 데 적지 않은 역할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3월에는 엑슨모빌사의 캐나다 오일샌드용 모듈 생산을 개시하는 데 성공했다. 공사물량 총 15억달러 규모의 프로젝트 중 1차분 물량으로 총 2만t 규모 모듈 200여기를 2011년 7월까지 선적해 2012년 비투멘(역청) 생산에 본격 투입할 예정이다. 이번 프로젝트의 성공은 세계 최고의 오일메이저사인 엑슨모빌로부터 신뢰와 책임 있는 기업으로 인정받아 글로벌에너지 시장의 모듈화 선두 주자의 입지를 더욱 공고히 하는 계기가 됐다고 회사 측은 밝혔다. 성진지오텍의 세계시장 거래처는 엑슨모빌을 비롯해 SIDEM,ESSAR,BP 등 모두 124개사에 이른다.

이 회사는 최근 새로운 변화를 맞고 있다. 지난 5월 전정도 회장이 포스코에 경영권(지분 40.4%)을 넘기고 향후 3년간 경영을 맡기로 했기 때문이다. 전 회장은 "창업주로서 회사를 다른 회사에 넘긴다는 것은 정말 죽기보다 싫은 일이었다"며 "하지만 세계적인 포스코그룹을 울산에 유치해 회사도 살리고 울산 경제에도 새로운 성장동력이 되게 하겠다는 일념으로 경영권을 넘기게 됐다"고 털어놨다.

전 회장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 키코에 가입한 것이 화근이 돼 심한 재무구조 악화에 시달려왔다. 이 때문에 2008년 매출 5201억원을 고비로 회사 성장은 하락세를 면치 못했다. 그는 이 같은 위기가 오기 전만 해도 2010년 내에 매출 1조원 달성을 하겠다고 자신했다. 그는 이 같은 한계를 스스로 해결하진 못했지만 포스코의 회사 인수를 계기로 경영사정이 크게 호전된 만큼 향후 3년의 재임기간에 성진지오텍을 매출 2조원 기업으로 탈바꿈시킨 후 회사를 떠나겠다는 각오를 다지고 있다. 그는 요즘 이를 실천하기 위해 틈만 나면 해외시장에 직접 나서 수출을 진두지휘하고 있다.

전 회장은 1998년 100만불 수출탑 수상을 시작으로 2008년 3억불 수출탑,지난해 4억불 수출탑 수상까지 총 9회에 걸쳐 수출탑을 수상하며 11년 만에 400배 이상의 성장을 실현하는 공격적인 수출 전문 기업가로 명성을 날렸다. 이를 통해 전 회장은 1982년 창업 당시 5000만원의 매출도 넘기지 못했던 영세업체를 26년 만에 매출 5200억원대의 세계적인 플랜트 설비업체로 변신시켰다.

전 회장은 최근 사재 20억원을 출연해 장학재단을 설립했다. 재단 명칭은 전 회장 고향 이름을 딴 '개운포 장학재단'이다. 장학재단 출연금은 전 회장이 올해 말까지 포스코로부터 받게 될 퇴직금 전액으로 알려졌다.

울산=하인식 기자 ha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