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전자 노경협의회가 열린 7일 오전 여의도 LG쌍둥이빌딩 대회의실.박준수 노조위원장이 갑자기 눈물을 흘렸다. 이날 협의회는 남용 부회장을 비롯한 회사 측 대표 10명과 노조 대표 9명이 타임오프제를 적용한 단협안에 서명하는 자리였다.

박 위원장이 갑자기 눈물을 보인 것은 위원장으로서 타임오프를 수용한 데 대한 미안함 때문이었다는 후문이다. 이 회사 노조는 이번 합의로 전임자 수를 기존 24명(상급단체 파견자 3명 제외)에서 일단 17명으로 줄여야 한다. 조합원 수가 7800명이어서 회사가 지원하는 타임오프 대상 전임자는 법정한도인 11명으로 줄이고 나머지 6명에 대해선 노조 재정에서 충당키로 했다. 결국 노조는 전임자와 노조 사무실에서 일하는 사무보조원 등 노조 식구를 대폭 줄일 수밖에 없게 됐다. 줄어든 식구 중 일부 보조원은 현장으로 돌아가지만 아예 회사를 떠나게 됐다. 박 위원장은 "그동안 불필요한 노조전임자를 많이 줄여 왔는데 또다시 타임오프 시행으로 노조 식구들이 줄어든다고 생각하니 마음이 아팠다"고 말했다.

LG전자 노조는 법정한도인 11명으로는 노조 업무를 유지하기 힘든 상태라고 설명했다. 7개 사업장으로 나눠져 있는 노조는 지부별로 지부장,사무국장만 둔다고 해도 모두 14명의 전임자가 필요한 상황이다. 하지만 노조의 사회적 책무를 주창해 온 LG노조답게 법정 타임오프 한도를 지키고 좀 더 필요한 인력은 자체 비용으로 충당키로 양보했다. 타임오프 적용을 놓고 반대투쟁만 하는 민노총 소속 일부 사업장과 전혀 다른 모습이다.

노사는 또 회사 측의 지원을 받는 여자 노조 사무보조원 8명에 대해서도 모두 현업에 복귀시키기로 합의했다. 그러나 이 중 나이가 많은 4명의 직원은 자발적으로 퇴직을 희망했고 2명은 현업 복귀,나머지 2명은 노조 업무를 인수인계한 뒤 이달 중순께 현업으로 돌아갈 예정이다.

박 위원장은 "현재의 노조 재정으론 전임자를 줄일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노조 기금이 확충되는 대로 노조 간부와 여직원을 충원하는 방안을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 위원장은 현행 타임오프제도에 대해 "사업장 특성을 감안하지 않고 일률적으로 타임오프 한도를 적용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며 "정부에서도 현장의 특성을 고려한 연착륙 방안을 마련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LG전자 노조는 노조의 사회적 책무(USR)헌장을 선언하는 등 노사관계가 안정된 모범 사업장으로 평가받고 있다.

윤기설 노동전문기자 upyks@hankyung.com